한나라 ‘강원도 정치실험’ 성공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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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원 4만2000명 선거인단 꾸려 도지사 후보 경선

한나라당이 강원도에서 대규모 정치실험에 나선다. 전당대회 수준을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민경선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4·27 재·보궐선거의 최대 격전지인 강원도 보궐선거에서 국민경선으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게 한나라당의 계획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유력한 공천 개혁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국민경선제의 실효성을 시험해 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하지만 소지역주의가 강한 강원도에서의 대규모 경선이 자칫 당내 갈등만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강원도의 실험’ 성공할까

한나라당 강원도당위원장인 황영철 의원은 2일 기자들과 만나 “당원과 일반시민을 포함해 3만5000여 명의 선거인단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시민까지 합하면 선거인단이 4만2000여 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7·14전당대회 당시 선거인단(대의원 7800여 명과 일반시민 3000여 명)의 4배에 가까운 규모다. 같은 해 6·2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경선 때는 4000여 명이 투표했다.

경선에 참여할 후보군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은 2일 한나라당에 입당해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여기에 이호영 전 이명박 대통령 예비후보 특보와 최흥집 전 강원도 정무부지사 등이 경선에 참여할 예정이다. 후보자 선출대회는 다음 달 4일 열린다.

한나라당이 이런 정치 실험에 나선 것은 지난해 지방선거의 악몽을 재연하지 않기 위해서다. 당시 당 지도부는 이계진 전 의원을 전략 공천했다가 이광재 전 도지사에게 막판 역전패를 당했다. 당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후보 스스로 몸집을 키우지 않으면 이번에도 승산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경선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경선에서 소지역주의가 불거지거나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후보들의 흠집만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의 핵심관계자는 “경선에서 후보들이 만신창이가 되면 본선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며 “경선에 앞서 페어플레이 경쟁과 결과에 대한 승복 약속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다리던 민주당 ‘맹폭격’

민주당은 엄 전 사장이 출마를 공식 선언하자 파상 공세를 퍼부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이 당 대표였던 지난해 7·28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보궐선거 때 엄 전 사장에게 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권유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는 “당시 엄 씨는 ‘정치는 절대 하지 않겠다. 훌륭한 언론인으로 남겠다’고 했다”며 “엄 씨가 왜 한나라당에 입당하게 됐는지를 국민 앞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강원도지사 예비후보인 최문순 의원은 강릉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은 언론 장악을 위해 쫓아낸 인물을 영입했고, 엄 전 사장은 자신을 탄압하고 쫓아낸 정당에 투항해 강원도백이 되겠다고 한다”며 “이 둘의 만남은 야합과 기회주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엄 전 사장도 최 의원을 향해 날을 세웠다. 엄 전 사장은 “도지사 자리가 버스 좌석 양보하듯 할 수 있느냐”며 “(MBC에 몸담았던) 최 후보가 정치권에 가더니 말은 잘하는데, 좀 쉽게 한다”고 역공했다. 최근 “엄 전 사장이 민주당으로 오면 후보 자리를 양보하겠다”던 최 의원이 낯을 바꿔 자신을 공격하는 것을 꼬집은 것. 엄 전 사장은 또 “나는 MBC 사장에서 쫓겨난 것이 아니라 언론에 관해 정부와 견해차가 있어 사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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