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 국정원 ‘NCND 간담회’에 격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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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보위, 15분 밥먹고 30초 브리핑받고 4분30초 아우성치다 끝”

“15분간 식사하고, 30초 브리핑 받고, 4분 30초 여야가 합심해 아우성치다 끝났다.”

국회 정보위원회가 25일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잠입사건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보고를 듣기 위해 마련한 조찬간담회가 끝난 뒤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이렇게 간담회를 정리했다. 한마디로 내용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국정원이 시종 ‘NCND(neither confirm nor deny·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는)’ 원칙을 되풀이하자 여야 의원들은 “이럴 거면 뭐 하러 왔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뒤 자리를 떠났다. 관심을 모았던 간담회는 20분 만에 허무하게 끝났다.

오전 7시 반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국정원에서 김숙 1차장, 민병환 2차장, 김남수 3차장이, 정보위에서는 권영세 위원장을 포함해 12명 전원이 참석했다.

보고자로 나선 김남수 3차장은 세 문장만 말했다. “국익을 위해 어느 것도 말할 수 없다. 인도네시아와의 관계를 이해해 달라. 경찰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달라.” 사건에 연루된 직원들이 속한 산업보안단은 3차장 관할이다.

그러자 의원들은 여야 구분 없이 “밥이나 먹으라는 거야, 뭐야” “무슨 대통령 담화 발표도 아니고…”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의원들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라도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김 차장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했다.

이에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정보기관임을 고려해 좀 지켜봤는데 더는 안 되겠다. 앞으로 각종 의혹을 제기해 나가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도 “우리를 모욕하는 거냐. 국회의원으로서 이렇게 모멸감을 느낀 것은 처음”이라며 화를 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최재성 의원은 “숙소 잠입사건 때처럼 세 분(국정원 1, 2, 3차장)이 한 조가 돼 황당한 행동을 하다 가더라”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기자들에게 “×팔린다. 국정원의 사고가 너무 경직돼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 원내대표는 간담회 뒤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도 못하고 뒤처리도 못하는 무능한 국정원은 필요없다”며 “원세훈 국정원장과 김남수 3차장은 책임을 지고 해임돼야 하고, 형사책임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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