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원내대표 국회연설 “영일대군 형님 정계 은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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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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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반발에 한때 중단되기도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사진)가 22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정계은퇴를 요구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고성이 오가고 연설이 중단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먼저 “이 대통령은 집권 3년 만에 국가 기본을 5공 유신시절로 후퇴시켰다”고 포문을 연 뒤 “영일(포항)대군, 만사형통으로 불리며 대부 역할을 하는 사람이 누구였나”라고 이 의원을 겨냥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아픔을 참고 형님을 정계에서 은퇴시켜 주기 바란다. 형님도 스스로 용퇴해 주기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원내대표는 줄곧 ‘형님’이란 말을 사용하면서 한나라당을 자극했다.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특정 의원에게 정계은퇴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경북 포항 출신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이 “조용히 해”라고 소리쳤고, 강석호 이은재 의원 등이 “이게 대표연설이냐”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해”라며 반발했다. 장제원 의원은 삿대질을 하며 항의하다 도중에 퇴장했다.

소란이 계속되자 박 원내대표는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진정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박 의장은 “경청해 달라”며 한나라당 의원들을 제지했고, 연설이 끝난 뒤 한나라당 의석을 향해 “관례에 없는 행위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을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응을 보니) 권력서열 1위가 누구인지 알겠다”고 비꼬았다.

이상득 의원은 박 원내대표의 연설 내용을 미리 건네받은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의 권유를 받아들여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보좌진으로부터 박 원내대표의 발언을 전해 듣고 “매번 되풀이하는 헛소리이자 공치 공세”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이(친이명박) 직계인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은 이날 박 원내대표에게 보내는 공개서신에서 “박지원이란 이름은 국민 뇌리에 호가호위의 대명사로 기억돼 있다. ‘소통령’으로 불리며 (박 원내대표가 관련됐던) 불명예스러운 사건들을 생각하면 함부로 할 수 없는 말을 많이 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박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개헌은 실기했고 한나라당 내부의 통일된 안도 없다”며 “18대 국회에서 개헌이 논의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는 실현 가능한 대안”이라며 4대강 사업 축소, 부자감세 철회 등으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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