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대선후보 경선때 500만원 이상 기부자 120명 중 48명에게 물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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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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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이상 “CEO대통령 기대 컸는데 실망”

“일방적인 정책 추진, 반복되는 측근 인사 기용 등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가 냈던 돈이 아깝고 정치 자체에 대해 관심을 끊어버렸다.” 2007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경선 후보에게 1000만 원을 기부했던 김모 씨(54)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업인 출신이라 정치도 경영하듯 잘 할 줄 알았는데 실망”이라며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비판했다. 그는 이 대통령 취임 후 직장을 그만두고 무직 상태다.

본보는 이 대통령 취임 3주년(25일)을 앞두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기간(6월 13일∼8월 19일)에 이명박 후보에게 500만 원 이상의 후원금을 제공한 고액기부자들에게 연락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500만 원 이상 기부자 120명 가운데 48명의 의견을 들었으며, 나머지는 연락이 안 되거나 답변을 거부했다. 연간 법정 후원금 기부한도액은 1000만 원이다.

○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날개 단 기부자


고액기부자 명단을 보면 이 정부 들어 고위직에 오른 인물들이 눈에 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의 김소남 정책특보, 이팔성 경제특보는 각각 18대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됐다.

노기태 당시 북항아이브릿지 대표이사는 2008년 7월 부산항만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노 사장은 “15대 국회 때 이 대통령과 같이 의원생활을 했으며 고려대 언론대학원을 다닌 인연으로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선거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 출신으로 후보 정책특보를 지낸 이학봉 씨는 이명박 정부 들어 코레일유통 대표이사와 새만금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그는 “경북 포항 고향 선배인 데다 기독교인이라 기부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재산을 출연해 설립한 청계재단의 송정호 이사장과 주정중 감사도 1000만 원씩 기부했다. 송 이사장은 이 대통령과 고려대 61학번 동기로 오랜 친구로 알려졌다. 같은 고려대 61학번 동기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 역시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세중나모여행사 이재찬 부회장과 김상배 전 사장도 1000만 원씩 기부했다.

○ 고액기부자, 3년 만에 마음 식어


후원금 제공 동기에 관해서는 “특별한 인연은 없었지만 이 후보를 지지해 기부했다”는 답변이 48명 가운데 25명(52.1%)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대부분 “이 대통령의 경제살리기 공약과 최고경영자(CEO) 경력에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이모 씨(57)는 “이 대통령의 부동산 종합소득세 정책을 지지해서 기부했다”고 했다. 최모 씨(61)는 “747 공약이 마음에 들었고, 이 대통령이 되면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경북 출신의 이모 씨는 “서울시장 시절 도입한 버스 전용차로 등 획기적인 정책이 지방에도 확산되기를 기대해 기부했는데 오히려 중앙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전남 출신 김모 씨(58)는 “기업 CEO 출신이라 말보다 행동으로 경제를 살릴 것으로 기대했는데 내 삶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고 했다. “기부했다는 사실을 없던 일로 하고 싶다”(정모 씨·60대·무직)는 반응도 있었다.

○ 74명 학·경력 파악해보니…


천신일 회장, 이팔성 회장, 노기태 사장.

이 세 명은 고액기부자 중 ‘60대 영남 출신의 고려대 인맥’이라는 표준에 모두 해당하는 인물이다. 120명 가운데 학·경력이 파악된 74명 중 24명(32.4%)이 고려대 학부, 석사, 최고위과정 등 고려대 출신이었다. 연령대가 파악된 113명 중 60대가 53명(47%)이었고, 출신지가 파악된 58명 중 영남 출신이 21명(36.2%)으로 가장 많았다.

천 회장은 고려대 교우회장을 지냈고, 이 회장은 고려대 법과대 출신이다. 노 사장은 고려대 언론대학원을 수료했다.

기부자들은 이씨 종친회, 경북 동향, 한나라당 당원, 기독교, 현대건설 등 이 대통령과의 다양한 인연으로 기부에 참여했다. 이 대통령이 회장을 지낸 63동지회 회원들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개인 명의로 기부하기도 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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