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일-오라스콤회장 면담…외자유치 타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4일 11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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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3일 북한 내 이동통신 독점사업자인 이집트 오라스콤의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 위원장이 매제 장성택(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 부위원장)을 배석시킨 채 사위리스 회장을 접견했다면서 "오라스콤전기통신회사의 투자활동이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때 방문한 이사장(사위리스 회장)을 열렬히 환영하고 따뜻한 담화를 하셨다"고 전했다.

오라스콤텔레콤은 2008년 75%의 지분(북한 체신성 25%) 투자로 '고려링크'를 설립, 북한 내에서 휴대전화 사업을 해 왔는데 작년 3분기 말 현재 가입자수가 3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사위리스 회장은 2008년 12월과 2009년 9월에도 북한을 다녀갔지만 김 위원장을 만났다는 북한매체의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이날 통일부는 브리핑을 통해 "1998년 이후 김정일 위원장이 외국의 투자사절단 등을 만난 적은 있었지만, 외국 기업인을 접견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면서 "현대그룹 회장단을 접견 이외에 김 위원장의 외국 기업인 접견 사실을 북한 매체가 보도한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이 이 시점에 사위리스 회장을 만나고 중앙통신이 발 빠르게 그 사실을 보도한 것을 놓고, 오라스콤에서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정지작업 아니냐는 분석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2012년을 목표로 하는 '강성대국 원년'을 목전에 두고 가시적으로 인민생활 개선의 성과를 내야 하는 북한인 만큼 외화 수혈에 매우 목말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임을출 연구교수는 "투자기업인 오라스콤에 신뢰를 심어주고 추가 투자를 권유하는 자리였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그럼에도 김 위원장과 장성택 부장이 함께 외국 기업인을 만난 것은 상당한 파격으로 외자유치에 상당한 힘을 쏟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장성택은 올해 들어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에 한번도 얼굴을 비치지 않다가 이번 면담에 처음 배석한 것이어서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장성택은 작년 7월 외자유치 전담 창구로 설립된 합영투자위원회를 총괄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합영투자위는 작년 말 중국과 라선특구 및 황금평 개발 양해각서 (MOU)를 체결할 때 북한 측 협약 당사자로 나서 주목을 받았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북한학과)는 "외자를 유치하려면 개방의 부담은 감수해야 하는데 휴대전화의 경우 이미 많은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어 오히려 충격파가 작을 수 있다"면서 "첨단 정보통신 분야의 자본유치로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민들에게 심어주고 경제적 실속도 챙기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임을출 교수는 "물론 개방에 대한 부담을 무시할 수 없지만 2012년 강성대국 목표시점을 앞두고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만큼 인민생활 향상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 같다"면서 "대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보고 경제협력 대상을 다변화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또 "경제적 성과는 김 위원장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후계자 김정은과 후견인 격인 장성택도 함께 책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투자 유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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