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로 예정된 박한철 헌법재판소 재판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야가 일전을 벼르고 있다. 평소 관심권에서 밀려 있던 헌재 재판관 청문회가 주목을 받는 것은 대통령 추천 몫인 박 내정자의 이력 때문이다. 그는 현 정부 출범 후 대검찰청 공안부장을 맡아 각종 공안, 시국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야당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서 벌어진 경찰의 진압과 각종 시국사건 수사를 비난하면서 “공안통치가 시작됐다”고 정부를 공격해왔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박 내정자가 야당이 비판하는 많은 사건에 관여했다”며 “이번 헌재 재판관 청문회는 현 정부 국정운영 전반을 평가하는 청문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촛불뇌관’ 건드릴라
박 내정자는 대검 공안부장(2008년 3월∼2009년 1월) 시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관련 수사를 총괄했다. 그는 시위가 한창일 때 모자를 눌러쓰고 시위 현장에 나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번 청문회에서 당시 일부 시위대의 피해를 부각시키며 정부 대응의 적절성을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 정권의 핵심 관계자들이 “촛불시위가 확산일로에 있는데 공안부장이 너무 미흡하게 대응하는 게 아니냐”며 검찰에 강경 진압을 주문했을 것으로 보고 박 내정자를 몰아붙일 태세다.
한나라당은 당시 시위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해 박 내정자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차단한다는 복안이다. ○ 각종 선거법, 대공 수사도 논란
18대 총선 과정에서 벌어진 여야 의원들에 대한 선거법 위반혐의 수사를 비롯해 △여간첩 원정화 수사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수사도 박 내정자가 2008년 공안부장에 있을 때 진행됐다. 미네르바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서 했지만 공안부에서도 직간접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창조한국당 문국현 전 대표와 이한정 전 의원, 친박연대(미래희망연대의 전신) 서청원 전 대표, 양정례 김노식 전 의원 등에 대한 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는 야당의 격렬한 반발로 정치적 공방에 휩싸였다. 또 6·15공동선언 이후 민간 남북교류를 주도해온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도 큰 논란이 있었던 사건이었다.
○ 삼성비자금 사건도 관여
검찰은 2007년 11월부터 두 달 동안 삼성비자금 특별수사·감찰본부를 구성해 수사를 진행했다. 박 내정자는 본부장을 맡아 삼성그룹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시작했다. 이듬해 1월부터 4월까지는 특별검사 수사가 진행됐지만 이 대통령은 2009년 12월 이건희 회장 한 명만을 대상으로 ‘원포인트’ 사면을 단행해 논란이 됐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의 한 의원은 “검찰이 각종 삼성사건 수사를 미루다 여론의 압력에 못 이겨 특별수사본부를 출범시키지 않았는지, 이 회장에 대한 사면이 사면권 남용이 아닌지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박영선 의원 등 법사위에 소속된 ‘야당 주포’들이 이번 감사원장 인사청문 특위에 들어가지 않았던 것도 박 내정자 등 법사위 소관 인사청문회에 주력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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