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압수수색’ 회오리]성난 한나라, 당정청 9인 회동서 설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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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까지 한건 너무했다, 대포폰도 애초에 설명했어야”

7일 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청 수뇌부 9인 회동에서 한나라당 지도부는 검찰의 국회의원 11명 압수수색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오후 7시부터 이례적으로 2시간 반 넘게 이어진 이날 회동 분위기는 전에 없이 무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황식 국무총리와 임태희 대통령비서실장,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등이 모인 이날 회동에서 안 대표는 “국회의원 후원금 계좌는 다 공개가 돼 있는 건데 이렇게 압수수색까지 할 필요가 있었느냐. 과잉수사가 아니냐”고 따졌다.

정부와 청와대 측은 주로 한나라당 지도부의 얘기를 들으면서 “이렇게 됐으니 일단 수사 추이를 지켜보자”고 달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와 청와대 측은 안 대표 등에게 “권재진 민정수석비서관도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뒤에 검찰에서 보고를 받았고 이귀남 법무부 장관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한 참석자는 “검찰 수사에 대해선 별다른 결론을 내리진 못했지만 여당도 일단 신중하게 대처하자는 데는 수긍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측은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에서 ‘대포폰’ 지급이 문제가 된 데 대해서도 “정부와 청와대가 처음부터 사실을 정확히 설명했어야 했다”고 미숙한 대처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서 당 측 참석자들은 “쇠고기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감세 논란과 관련해 정부는 소득세 등의 감세 방침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한나라당 지도부는 “먼저 의원총회를 소집해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아랍에미리트(UAE) 파병과 관련해 “정부는 9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파병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여러 쟁점 현안에 가려 원래 안건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 상황에 대해선 거의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정부와 청와대에 유감을 표한 것과는 별개로 야당이 이번 압수수색을 ‘정치 공세화’하는 것은 적극 차단할 방침이다. 안형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두 명도 아닌 의원 11명에 대해 사전에 자료제출 요구도 안한 채 G20 정상회의 같은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 분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면서도 “이번 압수수색은 정치권 전체의 문제이지 특정 정당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수사에 청와대가 사전 조율하거나 검찰에 지침을 주는 등 개입한 것은 전혀 없다”며 야당이 제기한 (청와대에 의한) 기획수사 의혹을 부인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주장하고 나온 데 대해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수처 도입을 얘기하려거든 이런 일이 마무리된 뒤에 해야지, 법과 제도를 이런 식으로 그때그때 (편의적으로) 고치려 해선 안 된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이런 신중한 태도와 달리 8일 국회 법제사법위와 행정안전위 등에서는 일부 한나라당 의원이 검찰의 수사 행태를 집중적으로 따질 것으로 보인다. 안상수 대표도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우려의 뜻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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