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재배치-전력보완 동시추진… ‘北불안정사태’ 한미 SCM 첫 명시

  • 동아일보

■ 워싱턴서 공동성명 등 서명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8일(현지 시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따른 미군의 보완전력 제공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한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한반도 이외의 분쟁지역에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보장하는 대신 미국이 대북 정보감시 및 정밀타격 전력 등 한국군의 취약 전력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안보 공백’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양국 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제42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과 2015년 전작권 전환 로드맵인 ‘전략동맹 2015’,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을 위한 ‘전략기획지침’, 중장기 한미동맹의 청사진인 ‘국방협력지침’ 등 4개 문서에 서명했다.

SCM 공동성명은 ‘한미연합방위태세가 (북한의) 어떠한 도발과 불안정 사태, 침략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북한 급변사태를 지칭하는 ‘불안정 사태’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명시했다.

장광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이번 SCM을 통해 전작권 전환을 위한 군사적 조치와 함께 주한미군 재배치 등 주요 동맹 현안의 동시 추진(synchronization)을 보장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주한미군 재배치는 곧 전략적 유연성을 의미한다”며 “전략적 유연성만 언급할 경우 안보 공백 우려가 나오기 때문에 전략적 유연성 추진과 함께 구체적이고 확실한 미군의 보완전력 제공을 제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미는 북한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비해 미국이 제공하기로 약속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책적 대안 마련을 위해 ‘확장억제정책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양국은 지난해 SCM에서 ‘미국은 핵우산, 재래식타격 및 탄도미사일방어(BMD) 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한미는 전략적 유연성 추진의 세부 사항에서는 여전히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이번 SCM에서 △주한미군을 다른 분쟁지역으로 차출할 때의 사전 협의 문제 △주한미군의 수를 명시하는 문제 △주한미군 기지 이전 시점을 명시하는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우선 미국이 주한미군을 차출할 경우 사전에 그 내용과 시기 등을 한국 정부와 협의하는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이를 놓고 한국은 ‘협의’를 주장한 반면 미국은 ‘통보’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협의 요구는 노무현 정부 때도 있었지만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가 이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주한미군의 병력 수를 문서로 보장하는 문제도 쟁점이 됐다. 현재 주한미군은 2만8500명이다. 한국 측은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병력 차출에도 불구하고 기존 병력 규모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2만8500명이라는 숫자를 명기하자고 주장했지만 미국 측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결국 국방협력지침에는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공약 준수’라는 표현을 쓰기로 했다.

미군기지 이전 시기를 명시하는 문제도 이견 중 하나였다. 미국 측은 주한미군 기지 이전 시점을 못 박아 줄 것을 한국 측에 요구했지만 한국 측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는 서울 용산기지는 2015년까지, 경기 의정부와 동두천의 미군 2사단은 2016년 상반기까지 각각 평택기지로 이전하게 돼 있다. 미 2사단이 2016년 상반기까지 이전을 마치면 이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한미는 북한 급변사태 발생에 대비해 작전계획 5029에 ‘중국 개입 조항’을 삽입하는 문제를 놓고도 부닥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중국의 개입에 대한 작전계획을 작계 5029 본문서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한 반면 한국은 중국 측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다며 반대했다. 그동안 한국이 중국 개입 조항의 본문서 삽입을 주장하고 이를 미국이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반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중국 개입 조항은 작계 5029의 보조문서에 규정돼 있다.

워싱턴=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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