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3대 변수’에 긴장하는 한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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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선명성 부각 ② 친서민 맞불 ③대선 스타트

민주당 손학규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한나라당이 긴장하고 있다. 표면적으론 “여야 상생의 정치를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손학규 체제 등장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한 양상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손 대표 취임을 일단 환영했다. 안상수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 정치를 같이했고, 경기도지사 선거운동을 해 드린 경험이 있어 서로 충분한 이해의 폭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에서 14년간 같이 호흡한 분이어서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고 협조가 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손 대표와의 ‘과거 인연’이 오히려 여야 관계의 불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김 원내대표는 환영사에 덧붙여 “철 지난 이념의 선명성 대결이 아닌 정책 대결로 상생해 나가길 기대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원희룡 사무총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손 대표가) 오히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당내의 공격을 극복하기 위해, 또 자신을 지지해준 민주당 내 세력과의 유대 강화를 위해 비타협적 스타일로 갈 가능성을 주시하고 대비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손 대표의 등장으로 여야의 ‘친서민 경쟁’이 가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손 대표가 2006년 경기도지사를 마친 뒤 ‘100일 민심대장정’에 나서 서민층과 만나고 18대 총선 패배 직후 강원 춘천에 칩거하며 농사를 지었을 만큼 ‘서민’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또 다른 방식의 민심대장정’이 시작될 수 있다는 말이 민주당 내에서 들린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민 중시’는 손 대표로 하여금 전당대회에서 맞섰던 당내 경쟁자들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원외라는 단점을 보완하는 기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손 대표의 등장으로 치열해질 ‘친서민 경쟁’의 핵심이 중도층 공략에 있다고 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기존의 민주당이 중도층에 보여주지 못했던 대안을 제시하는 게 손 대표의 과제이자 여권이 주시해야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정옥임 원내대변인은 “손학규 체제에는 많은 함의가 있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다수의 부동층, (양당 지지층 사이) 중간지대를 잡기 위해 벌이는 싸움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권은 손 대표의 행보가 향후 야권의 대권주자군 형성과 직결돼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의 발언과 동선이 2012년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여론의 관심을 끌어온 것과 달리 민주당에선 그런 정도의 주목을 받아온 인사가 사실상 없었기 때문. 손 대표의 측근인 이춘석 의원은 “손 대표가 대의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은 정권교체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 아니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와 김 지사 등이 앞으로 잠재적 경쟁자인 손 대표의 행보와 관련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양측은 손 대표의 등장에 대해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손 대표가 성공적으로 당을 이끌면 자연스럽게 야권의 대선후보 경쟁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기 때문에 여야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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