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기소독점권 깨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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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검 시민委 사기사건 “불기소”의견… 검찰 “기소”접고 수용
1953년 형법 제정뒤 첫 사례

일반시민들이 참여해 검찰이 수사한 사건의 기소·불기소를 심의하는 검찰시민위원회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수사검사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을 내 검찰이 이를 수용했다.

9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창원지검 검찰시민위는 2일 열린 첫 회의에서 은행 대출사기범에게 속아 통장과 현금카드를 넘겨준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기소된 김모 씨에 대한 기소 가부를 심의했다. 검찰시민위는 사건을 수사한 주임검사가 기소의견을 낸 것과 달리 ‘불기소 적정’ 의견을 제시했고 검찰은 이를 수용해 김 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지난달 20일 전국의 일선 검찰청과 산하 지청에 검찰시민위가 꾸려진 이후 모두 9차례에 걸쳐 검찰시민위 심의가 있었지만 검찰시민위가 검찰과 다른 의견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창원지검 검찰시민위 회의에서 담당검사는 “김 씨가 통장과 현금카드를 넘겨준 행위는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기소 의견을 냈다. 그러나 대학교수, 농업인, 국악인 등 9명으로 이루어진 시민위원의 생각은 달랐다. 김 씨가 초범이고 자신의 통장이 범죄에 이용된 사실을 안 직후 곧바로 통장 분실신고를 한 점, 통장에 남아 있던 돈을 피해자에게 돌려준 점 등을 고려하면 처벌하지 않는 게 옳다는 의견을 모았다. 검찰시민위는 만장일치로 불기소 의견을 냈다.

창원지검이 검찰시민위의 심의의견을 수용한 것은 1953년 형법이 제정된 이래 단 한 차례도 무너지지 않았던 검찰의 기소독점권에 대해 시민의 견제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시민위의 심의 의견이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실효성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처럼 검찰이 검찰시민위의 심의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 같은 일이 관행으로 정착된다면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시민위가 수사검사와 다른 의견을 내고 그 같은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은 검찰시민위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검은 올해 ‘검사 향응·접대’ 의혹 사건으로 실추된 검찰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기소독점권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일본의 ‘검찰심사회(檢察審査會)’와 유사한 검찰시민위 제도를 도입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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