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복 대법관 ‘나몰라라 청문회’ 될 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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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與특위간사 바꾸고 7명 전원 초선 앉혀
2. 野간사는 해외출장… 특위 1차회의 불참
3. 민주 박우순 의원은 당선되자마자 배치
4. 남편이 대법관인데… 박선영 의원도 논란

12일로 예정된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6일 오후 한나라당의 특위 위원 명단이 갑자기 바뀌었다. 이날 오전에 여야 위원들이 참석한 국회 인사청문특위 1차 회의가 열린 직후였다. 한나라당 특위위원 중 유일한 다선의원이었던 황우여(4선), 이인기 의원(3선)이 빠지고 초선인 이한성, 권성동 의원이 ‘대타(代打)’로 들어갔다. 이인기 의원이 맡기로 한 특위의 한나라당 간사직은 이한성 의원이 대신 맡게 됐다. 결국 대법관 인사청문특위의 여당 측 위원 7명 전원이 초선의원으로 구성됐다.

특위 관계자는 9일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출장 때문에 특위 자체가 급조됐다는 말이 나오는 와중에 한나라당이 초선의원에게 일을 떠맡기는 식으로 특위 위원을 교체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황 의원과 이 의원은 “다른 업무 일정 때문에 당에 양해를 구하고 불가피하게 바꿨다”며 “대법관 인사청문회는 초선의원들이 많이 맡아왔다”고 해명했다. 황 의원은 이날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위의 위원장을 맡았다.

또한 휴가철이라 한나라당 내에서 특위 관련 회의를 여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당의 인사청문특위 위원회의를 10일 열겠다고 위원들에게 알렸지만 개점휴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당수 위원들뿐 아니라 이 수석부대표 본인도 참석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했기 때문이다.

이런 무관심은 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위의 야당 간사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해외출장 때문에 6일 열린 특위 1차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여야 간사 선임을 하는 회의가 열렸는데도 정작 야당 간사가 자리를 비운 것이다.

야당 주변에선 특위 위원 선정 절차가 적절치 않다는 뒷말이 많다.

우선 민주당이 지난달 강원 원주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우순 의원을 인사청문특위에 배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직 국회의원회관에 자신의 짐도 풀지 않았고 국회운영에 익숙하지 않은 초선의 박 의원을 특위 위원으로 임명한 것을 놓고 “궂은일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자유선진당이 박선영 의원을 특위 위원으로 배치한 것을 놓고도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의 남편이 민일영 대법관이어서 대법원의 관련 당사자라고 볼 수도 있는데 박 의원이 굳이 대법관 인사청문회를 맡았어야 했느냐는 것이다.

여야의 무신경한 청문회 준비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인사청문 대상이 언론에서 쟁점이 되는 인사였다면 정치권이 이런 식으로 진행했겠느냐”며 “이래서 제대로 된 검증이 되겠냐”고 비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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