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교육감 후보 정책연대 못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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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정치권 은밀한 개입 제동… 선거관여금지 기준 발표

정치권의 교육감 선거 개입 움직임을 보도한 본보 13일자 A1면.
정치권의 교육감 선거 개입 움직임을 보도한 본보 13일자 A1면.
6·2지방선거에서 정당 공천이 배제된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 정당이 은밀히 개입할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6일 이를 막기 위한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교육 백년대계를 위해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지방교육자치의 취지를 정치권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훼손하지 못하게 차단하려는 조치다.

▶본보 13일자 A1·3면 참조
여야 은밀한 개입 ‘정치 교육감’ 선거
시도지사 - 교육감후보, 같은 곳서 유세해도 ‘우연의 일치’?
학력증진 대결서 ‘정치 대리전’ 양상으로

중앙선관위는 이날 원칙적으로 정당 소속 지방선거 후보와 교육감 후보가 정책연대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정당의 교육감 선거 관여행위 금지에 관한 운용기준’을 마련해 발표했다. 선관위는 이 같은 정책연대를 현행법에 어긋난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위반사례가 적발될 경우 고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여야 각 정당의 교육감 후보 연대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선관위는 이들 후보가 함께 선거운동을 하거나 연설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사실상 ‘러닝메이트’로 선거를 치르는 행위를 금지했다. 정당은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해 외부에 공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당원을 대상으로 홍보해서도 안 된다. 국회의원이나 보좌관 비서관, 지방의회 의원 등이 교육감 후보의 업적을 홍보하는 행위도 규제를 받는다.

교육감 후보들이 정당 지지를 등에 업으려는 시도도 엄격히 제한된다. 교육감 후보는 선거사무소나 선거연락소를 정당 소속 후보와 함께 쓸 수 없으며 정당을 상징하는 로고나 마크를 활용할 수 없다. 현수막도 특정 정당을 상징하는 색깔을 쓰지 못하도록 했다. 특정 정당의 인물과 함께 찍은 사진을 선거홍보물에 실어서도 안 된다.
‘지지는 NO, 의견피력은 OK’ 실효성 논란
선관위 ‘정당-교육감 선거’ 기준
같은 사무실 아니면 문제 안삼아
‘은밀한 연대’ 가능성 열어둬
교육감 후보 정당마크 못쓰고
시도지사 후보와 동행도 금지
野 “정책선거 훼손 우려” 비판

또한 교육감의 직무에 속하지 않는 정책과 관련해 교육감 후보는 지지나 반대 의사를 표명할 수 없게 됐다. 예를 들어 세종시 문제처럼 교육 현안과 무관한 정치 쟁점 사안에 대해 의사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관위가 제시한 허용사항을 살펴보면 여야 정당이 간접적으로 교육감 후보를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선거 현장에서 선관위의 단속이 실효를 거둘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당 소속 후보나 정당 관계자가 언론사 취재 또는 토론회 등에서 특정 교육감 후보의 정책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허용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해당 교육감 후보에 대한 지지나 반대 발언을 하지 않은 채 특정 정책에 대한 의견 표명만으로도 특정 정당이 어떤 교육감 후보를 지지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감 후보 역시 정당의 교육 정책에는 찬성이나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다. 특정 교육감 후보가 어느 정당과 색깔이 유사한지 유권자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현재 여야는 시도지사와 교육감 후보를 유권자들이 러닝메이트로 인식할 수 있도록 같은 건물에 각각 사무실을 내고 동시에 플래카드를 내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선관위는 한 사무실만 나눠 쓰지 않으면 문제 삼지 않을 방침이어서 ‘은밀한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모든 선거운동을 금지할 수 없는 만큼 정책에 대한 상호 의사 표현은 인정했다”라며 “하지만 정책연대란 이름으로 시도지사와 교육감 후보가 러닝메이트로 나서는 행위는 엄격히 제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관위의 이 같은 운용기준에 대해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관위의 운용기준은 교육감 후보의 정당공천 배제 취지에 부합하는 내용이라고 본다”라며 “당선에만 급급해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가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선거운동으로 선거질서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교육감 후보에 대한 정당공천 배제 취지는 이해하지만 유사한 공약을 가진 교육감 후보와의 자연스러운 정책연대를 위협한다면 정책선거가 훼손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정치적 중립성에 기반한 도식적 접근은 오히려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흐릴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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