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로버트 박 석방”…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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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미관계 개선 제스처
[2] 종교인 활용가치 적어
[3] “朴씨 반성” 체제 선전용

북한이 지난해 12월 24일 두만강을 건너 무단 입북한 재미교포 인권운동가 로버트 박(박동훈·29) 씨를 석방하겠다고 5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해당 기관에서 억류하고 조사한 결과 미국 공민(박 씨)은 조선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들어오게 됐다”며 “자기가 저지른 행위를 인정하고 심심하게 뉘우친 점을 고려해 해당 기관에서 관대하게 용서하고 석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통신은 이날로 억류 44일째인 박 씨를 언제, 어떻게 풀어줄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북한 당국이 정치범수용소 등 인권 문제를 제기한 박 씨를 예상보다 신속하게 재판도 없이 석방키로 한 것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북한은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과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8일 북-중 접경 두만강 인근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던 미국 여기자 2명을 억류한 뒤 재판을 거쳐 141일 만에 석방했다. 북한은 두 여기자를 장기 억류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활용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북핵 6자회담 복귀 문제를 놓고 북-미 대화가 진행되는 만큼 그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박 씨의 조기 석방 결정을 체제 선전에도 활용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박 씨가 “(북한에서) 보고 들은 모든 사실을 통해 조선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었음을 절감하면서 서방의 악선전에 기만당해 저지른 죄과를 심각히 반성하게 됐다. 조선 정부에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통신은 또 박 씨가 “군인들만이 아니라 공화국에서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나를 친절하게 대해 줬으며 인권을 보호해줬다. 놀라운 것은 나에게 성경책을 돌려준 것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종교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봉수교회의 예배에 참가한 뒤 충격을 받았고 창피를 느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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