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대한민국이 뛴다]<4>라오스 교육지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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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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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교과서에 태극기 선명… “한국이 선물한 책이에요”

라오스 비엔티안 주 방비엥 민족중등기숙학교 학생들과 한국인 자원봉사단원들이 학교에 설치된 국기 게양대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KOICA 지원으로 설립된 이 학교의 게양대 앞 표석에 태극기가 라오스 국기와 함께 새겨져 있다. 방비엥=박민혁 기자
라오스 비엔티안 주 방비엥 민족중등기숙학교 학생들과 한국인 자원봉사단원들이 학교에 설치된 국기 게양대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KOICA 지원으로 설립된 이 학교의 게양대 앞 표석에 태극기가 라오스 국기와 함께 새겨져 있다. 방비엥=박민혁 기자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국도 6호선을 따라 자동차로 1시간 반가량 달렸다.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도착한 곳은 비엔티안 주 위앙캄 지역의 팍쟁 마을. 하얀 교복을 입은 남녀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뛰놀고 있는 한 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팍쟁 중등학교였다. 시설이라곤 교실과 사무실 건물, 그리고 흙먼지가 날리는 넓은 운동장이 전부였다.》
수업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더니 교감 선생님이 곧바로 5학년 1반 교실로 안내했다. 라오스 학제는 초등 5년, 중등 6년으로 중등교육은 한국의 중고등학교 과정에 해당한다. 라오스 중등학교 5학년이면 한국의 고등학교 2학년인 셈이다.

학생 45명이 물리를 배우고 있었다. 교사가 “/ 유니아 픔(교과서를 보세요)”이라고 하자 학생들이 자신의 교과서를 일제히 들었다. 눈에 익은 문양이 교과서 뒤표지에 찍혀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중등학교 교과서 보급사업을 지원했다는 내용의 소개와 함께 태극기가 선명히 인쇄돼 있었다.

라오스 중등학교 학생 전체가 자기 교과서를 갖게 된 것은 불과 2년 전이다. KOICA가 2007년부터 300만 달러(약 36억 원)를 지원해 2008년까지 중등학교 4, 5, 6학년(한국의 고교 1, 2, 3학년) 13개 과목 236만 권과 1, 2, 3학년 국어(라오어) 교과서 30만 권 등 총 266만 권을 인쇄해 전국에 배포했다.

KOICA가 교과서를 보급하기 전에는 교과서 하나를 놓고 학생 서너 명이 함께 사용해야 했다. 교과서가 없는 학생들 때문에 교사들은 칠판에 교과서 내용을 빼곡히 적느라 수업시간 대부분을 허비해야 했다. 한 학생은 “한국 TV 드라마를 보고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게 됐고 교과서를 통해 한국 국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됐다”면서 “내 이름을 적을 수 있는 교과서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공부가 더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라오스 정부는 중등학교 교과과정을 새로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교과서가 필요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라오스 정부의 능력만으로는 새 교과서를 보급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KOICA에 추가적인 교과서 지원 사업을 요청한 상태다.

자동차를 타고 다시 동북쪽으로 2시간가량 이동해 방비엥에 도착했다. 기암절벽과 아름다운 강이 있어 배낭족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방비엥 중심가에서 7km 떨어진 벌판 한가운데 KOICA가 소수민족 학생들과 고아들을 위해 세운 방비엥 민족중등기숙학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KOICA가 2008년부터 2년 동안 289만 달러(약 34억6800만 원)를 지원해 지난해 11월 26일 개교한 기숙학교다. 이 학교가 생긴 후 인근 방비엥과 사이솜본에 있던 고아학교 2곳은 폐교됐고 학생들도 모두 새 학교로 옮기고 있었다.

“학교 건물도, 책걸상도, 기숙사 침대도 모두 새것이잖아요. 이전에 다니던 학교와는 비교할 수 없어요. 아주 좋아요. 여기 보세요. 2층이 제 침대예요.”

중등 5학년생 빠터쫑흐 양(19)은 신이 나서 8명이 함께 쓰는 자신의 방을 보여줬다. 빠터쫑흐 양은 자신의 2층 침대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는 라오스의 소수민족인 몽족 출신이다. 소수민족은 대개 고산지대나 오지에 살아 교육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18세면 중등학교를 졸업하지만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그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제때 입학하지 못해 또래보다 학년이 낮다.

민족중등기숙학교는 총 6400m² 터에 교실 16동, 기숙사 76실(8인 1실), 650명 수용 규모의 식당을 갖춘, 라오스에서 보기 드문 현대식 건물이다. 학생 정원은 모두 520여 명. 지난해 12월까지 학생 295명이 전학을 왔고 나머지 학생들은 올해 상반기에 인근 학교에서 전학 오기로 돼 있다. 교사는 교장을 포함해 모두 45명. KOICA 봉사단원 4명이 영양관리 컴퓨터 작물재배 음악교육 등을 나눠 맡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 학교의 통뎀 교장은 “우리 학교는 부모가 없거나 가난해서 배울 수 없는 학생들이 다니는 곳으로 국가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있다”면서 “중등학교 졸업만으로는 아이들의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 더 배우게 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라오스의 취학률은 높지 않다. 한국 외교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 취학률은 2007년 기준으로 전국 평균 71%다. 중등과정 취학률은 한국의 중학교에 해당하는 전기 3년은 39%,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후기 3년은 19%다. 대학 진학률은 2%에 불과하다.

성춘기 라오스 KOICA 사무소장은 “KOICA는 민족중등기숙학교 건립, 국정교과서 지원 사업 외에도 라오스가 최빈국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며 “농촌개발 보건의료 정보통신 분야 등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KOICA는 최근 비엔티안에서 자동차로 2시간 반 정도 떨어진 볼리칸 지역 7개 마을에 취수시설과 정수시설을 갖춘 식수공급 시스템을 만들기도 했다.

라오스 비엔티안 주 방비엥 민족중등기숙학교 학생들과 한국인 자원봉사단원들이 학교에 설치된 국기 게양대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KOICA 지원으로 설립된 이 학교의 게양대 앞 표석에 태극기가 라오스 국기와 함께 새겨져 있다. 방비엥=박민혁 기자
라오스 비엔티안 주 방비엥 민족중등기숙학교 학생들과 한국인 자원봉사단원들이 학교에 설치된 국기 게양대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KOICA 지원으로 설립된 이 학교의 게양대 앞 표석에 태극기가 라오스 국기와 함께 새겨져 있다. 방비엥=박민혁 기자

위앙캄·방비엥(라오스)=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방비엥 중등기숙학교 2학년생의 감사 편지
“예쁜 학교와 좋은 선생님깵 한국이 제게 행복을 줬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무아이째라고 합니다. 오늘 이렇게 감사편지를 쓰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잘 모르지만 이곳 학교에 계신 KOICA 선생님들(자원봉사단)을 통해서 좋은 곳이라는 상상을 합니다. 저희를 도와 예쁘고 깨끗한 학교와 환경을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전에 제가 다니던 소수민족 학교는 좁고 시설도 오래됐습니다. 지금 이곳은 학교도 예쁘고 교실과 기숙사 모두 크고 정말 좋습니다. 또 이전 학교에서는 서서 밥을 먹었지만 지금은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이젠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할게요. 저는 공부를 마치고 나면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만일 그 일을 할 수 없다면 간호사가 되어 아픈 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요. 저희 모두는 이렇게 좋은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신 한국과 선생님들께 감사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 라짠타분 교육부 차관 “1인 1교과서 한국 없었으면 불가능”

생드안 라짠타분 라오스 교육부 차관(여·사진)은 “지금까지 라오스의 학교 교육은 인성교육에 주력했지만 앞으로는 기술교육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교육 분야 지원 사업을 평가해 달라.

“교과서 보급은 효과가 큰 사업이다. 라오스 정부는 초등과정 교과서를 지급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중등교과서를 전국에 배포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KOICA의 지원으로 모든 학생이 자신의 교과서를 갖게 돼 라오스 교육의 질이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가장 시급한 지원 분야가 있다면….

“우리는 중등과정에 기술교육을 접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교육은 공업기술뿐만 아니라 라오스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농업, 공예 기술도 해당된다. 하지만 라오스는 농업, 공예 분야의 교육경험이 전무하다. 간단한 농업기구 사용법이라도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분야의 기술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진 한국이 도와줬으면 좋겠다.”

―라오스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에 대한 평판은 어떤가.

“많은 한국인이 라오스에는 생소했던 분야인 자동차와 임업 관련 사업을 진행해 라오스의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한국 기업인들은 라오스인의 취업과 소득을 높일 기회를 만들어줬고, 이를 통해 한국을 바라보는 라오스인의 시각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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