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中길 1등석엔 참모대신 경제인

  • 입력 2009년 10월 1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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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간 인사말 생략 ‘알뜰 회담’
中통역 “北에 원자로 제공했다”
‘원조 제공’ 잘못 전달 해프닝도

중국 베이징에서 10일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은 ‘거품’을 쏙 뺀 ‘알뜰 회담’이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우선 3국 정상들은 불필요한 인사말은 과감히 생략하고 바로 개별 안건을 논의했다고 한다. 각자에게 발언 시간을 3분씩 줬는데도 1분씩만 쓰고 다음 의제로 넘어가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일본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선 자국 장관에게 대신 답변하도록 한 뒤 동의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정상들이 ‘사진 찍기’보다는 회담 시간을 늘려 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중 단독회담은 당초 20분으로 예정됐지만 40분으로 늘어났다. 그 대신 양국 정부 관계자들까지 모두 참석하는 확대회담은 5분에 그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확대회담에서는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없다. 함께 모여 사진을 찍는 외교적 격식 때문에 그냥 열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핵 해법으로 제안한 ‘그랜드 바겐(일괄타결)’의 공식 중국어 버전도 이날 처음 소개됐다. 중국 실무진은 한국 측에 그랜드 바겐을 ‘대교역(大交易)’으로 풀이하면 될 것 같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중국 측 통역이 기자회견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북한에 원조를 제공했다”는 언급을 “원자로를 제공했다”로 오역해 취재진이 깜짝 놀라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길에는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대거 동승해 비행 중 자연스럽게 재계와의 간담회가 마련됐다. 조석래 회장과 이준용 대림 회장, 박용현 두산 회장, 신동빈 롯데 부회장, 강덕수 STX 회장, 이종희 대한항공 사장 등이 이 대통령과 함께 1등석에 앉았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등과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의 좌석은 ‘비즈니스 클래스’로 낮아졌다. 이 대통령은 귀국길 특별기에서 재계 인사들과 맥주를 마시며 정상회담 참석 성과와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처음엔 당일치기 일정을 생각했지만 참모들이 “오전 9시 정상회담 시간에 맞추려면 직원들은 새벽 3시에 집을 나서야 한다”며 재고를 요청해 하루 전인 9일 출발했다는 후문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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