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有 - 2無’ 윤진식 실장이 사는 法

  • 입력 2009년 9월 3일 02시 54분


8월 31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따라 대통령정책실장으로 중용된 윤진식 실장. 그는 지독한 일벌레로 이명박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8월 31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따라 대통령정책실장으로 중용된 윤진식 실장. 그는 지독한 일벌레로 이명박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꼼꼼-성실함 MB와 닮은꼴… 일각선 청와대 독주 우려

‘8·31 청와대 참모진 개편’의 하이라이트는 윤진식 경제수석비서관이 정책실장으로 수직 이동한 것이다. 윤 실장이 경제 사회 교육 등 청와대 참모진의 절반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더불어 사실상 쌍두 체제를 이루게 됐다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 안팎에선 정책 조정 기능을 좀 더 강화하고 이미 산업자원부 장관까지 지낸 그를 예우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윤 실장이 이 대통령의 신뢰를 얻는 비결은 무엇일까.

○ 일벌레

윤 실장은 지독한 일벌레로 소문이 났다. 이 대통령과 닮은 부분이다. 윤 실장은 지금도 저녁 약속 이후에 사무실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 체력이 달려 소파에 누워 업무 지시를 내릴 때도 있다는 전언이다. 스마트하기보다는 집념이 강하다고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옛 재무부 과장 시절엔 직원들에게 일을 너무 많이 시켜 장관실로 민원이 들어온 적도 있다고 한다. 한 여직원의 아버지가 “어떻게 매일 새벽 3시까지 부하직원을 잡아 두느냐”고 항의한 것이다. 당시 윤 실장은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갖다 놓고 일하기도 했다.

각론에 강하다는 점도 이 대통령과 비슷하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성격이지만 업무와 관련해선 세밀한 부분까지 꼬치꼬치 캐물어 직원들이 난감할 때가 많다고 한다. 대하기 편하면서도 모시기 쉽지 않은 상사라는 평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 경제팀 직원들은 토, 일요일에 출근할 때가 많다. 왜냐고 물으면 “수석이 나오시는데…”라고 한다.

○ 장악력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7월 정부가 소득연계형 등록금 대출제 도입을 발표할 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처음에는 행사 참석을 썩 내켜하지 않았다고 한다. 재정부는 제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재정부담을 들어 단계적으로 실시하자는 주장을 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실장이 강하게 설득해 윤 장관이 행사 참석을 수락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청와대 내에선 윤 실장의 부처 장악력이 기대 이상이라고 말한다. 특히 현 경제부처를 이끌고 있는 모피아(옛 재무부를 뜻하는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를 각종 친(親)서민 정책의 전면에 세울 수 있었던 건 윤 실장의 노력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 과정에서 양측 간 긴장 관계가 불거져 한때 과천 관가에는 엉뚱한 루머가 돌기도 했다. “윤 실장이 산업자원부 장관을 그만둔 뒤 친정인 재정경제부에서 별로 챙겨주지 않아 현 재정부의 기강을 잡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 “너하고 나하고 그만두면 되지”

청와대의 한 참모는 “윤 실장이 평소 말이 많지 않고 부드러운 이미지이면서도 부하 직원에게 ‘일이 잘못되면 너하고 나하고 그만두면 된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걸 보고 놀랐다”고 전했다. 직책에 그다지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윤 실장과 가까운 여권 고위 관계자는 “윤 실장이 잘 드러내지는 않지만 어렸을 때부터 매우 힘들게 자라 장관은 물론이고 민간부문에서도 최고경영자(CEO)에까지 오른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직에 대한 미련이 덜하다”고 해석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소탈한 성격 때문이라고도 한다. 장관급인 서울산업대 총장 시절 지방 행사 때 차량이 부족하자 산자부 사무관 2명과 함께 아반떼 승용차 뒷자리에 타고 갈 만큼 격식을 안 따진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윤 장관의 워커홀릭 기질과 끝까지 밀어붙이는 성격이 자칫 청와대 독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고 있다. 각 부처의 자율과 재량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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