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강화로 ‘중도-친서민-소통’ 강력 드라이브

  • 입력 2009년 9월 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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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 실린 정책팀
부처간 이견 조정 윤진식
경제특보로 컴백 강만수
尹재정과 ‘시너지’ 기대
일각 “불협화음” 우려도

《이명박 대통령의 ‘8·31 청와대 개편’의 3가지 특징은 정책조정과 정무기획, 홍보 역량의 극대화다. 청와대의 기능과 위상을 높여 집권 중반기 국정을 다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 가운데 정책실장과 홍보수석비서관의 신설은 이번 인사의 핵심 포인트다. 청와대 주변에선 ‘좌(左)홍보-우(右)정책’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중도실용과 친(親)서민 정책기조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전체적으론 종전의 ‘1대통령실장·8수석·1기획관·4특보’ 체제에서 ‘1대통령실장·1정책실장·8수석(정무 민정 외교안보 경제 국정기획 사회정책 교육과학문화 홍보)·3기획관(인사기획관 메시지기획관 국제경제보좌관)·6특보(국민통합 언론 정무 경제 과학기술 IT)’ 체제로 몸집이 커졌다. 》

이번 청와대 개편에선 정책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장관급인 대통령실장과 차관급인 수석비서관 사이에 정책실장이 신설된 것이 대표적이다. 윤진식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정책실장을 겸임한다.

정책실장은 경제와 국정기획, 사회정책, 교육과학문화 등 4개 수석실을 아우르는 ‘정책 컨트롤타워’다. 정책실장 신설은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중반기 정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친(親)서민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청와대와 각 부처에 따르면 그동안 소득연계형 등록금 대출제 도입, 보육료 지원 확대 등 이 대통령이 내놓은 일련의 친서민 정책을 놓고 경제부처와 사회·복지부처 간 물밑 갈등이 심상치 않았다고 한다. 경제부처는 재정 건전성을, 사회·복지부처는 복지 확대를 주장했다.

이번에 정책실장을 신설하고 경제, 국정기획, 사회정책, 교육과학문화수석이 참여하는 정책조정회의를 상설화함에 따라 이런 알력을 조정하고 부처를 장악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친서민 정책 외에도 ‘4대강 살리기’ 예산을 둘러싼 부처 간 이견 조정, 공교육 정상화 등에서도 청와대의 적극적인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윤 실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은 두터웠다. 여기에 직책까지 올려줌으로써 뛰는 말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실장은 ‘진돗개’라는 별명처럼 한 번 맡은 일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데다 최근 스트레스로 이가 빠질 정도로 업무에 몰두하는 스타일이다.

이번 개편의 또 다른 포인트는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의 ‘귀환’이다. 그는 지금처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이끌면서 대통령경제특보도 맡게 됐다. ‘MB노믹스’ 입안자로 불리는 강 위원장이 상근 경제특보로 청와대에 입성하게 된 것도 정책라인을 강화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윤 실장과 강 특보는 모피아(재무부+마피아)로 불리는 옛 재무부에서 함께 일한 정통 경제관료다. 강 특보(행정고시 8회)가 재무부 시절부터 윤 실장(12회)과 함께 일한 적이 많아 호흡이 잘 맞는 편이다. 경제정책의 또 다른 축인 윤증현 재정부 장관(10회)도 재무부 시절부터 두 사람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온 데다 강 특보와는 서울대 법대 동기로 44년 지기다.

하지만 일각에선 자칫 선이 굵은 세 사람 간 불협화음을 우려하기도 한다. 윤 실장은 현안을 직접 담당하기 때문에 정책의 유연성을 강조하게 마련이지만 강 특보는 아무래도 한발 물러서 있기 때문에 원칙론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또 강 특보와 윤 장관은 세제(稅制)에서 미묘한 간극을 보인 적이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박형준 선거제-정치개혁 조율
이동관 미디어정책 총괄할 듯
박재완 국책과제-미래비전 보좌▼
■ 위상굳힌 MB 3인방

‘8·31 청와대 개편’으로 이동관 홍보수석비서관과 박형준 정무수석비서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비서관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50세를 전후한 이들 ‘MB 3인방’은 그동안 청와대 핵심 참모진의 허리 역할을 자임해 왔으며 이번 청와대 개편을 앞두고도 일찌감치 ‘상수’로 분류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한 이 신임 수석과 박재완 수석은 지난해 6월과 이번까지 두 차례 단행된 청와대 개편에서 살아남은 수석급 참모다. 이 수석은 지난해 2월 초대 청와대 대변인에 발탁된 이후 같은 해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시위를 거치며 대통령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참모진이 모두 교체됐을 때도 청와대를 지켰다. 이어 이번에는 대변인실과 홍보기획관실을 통합해 위상이 격상된 홍보수석을 맡는 등 막강 파워를 과시했다. 뛰어난 정무감각과 언변으로 이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석은 미디어관계법 처리 후 언론 정책을 총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초대 정무수석으로 청와대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6월 국정기획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박재완 수석도 특유의 정책기획 능력과 성실성으로 이 대통령의 신임 속에 계속 국정기획을 총괄하게 됐다. 이번 개편을 앞두고 국정기획 업무가 다른 수석실과 겹치는 부분이 있는 만큼 국정기획수석실의 기능을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으나 박 수석은 국책과제와 미래비전 등 이 대통령의 주요 관심 분야를 계속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

박형준 수석은 기획력을 바탕으로 청와대의 정무기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화합과 통합, 지역구도 해소를 국정의 주요 과제로 내건 만큼 국회 정치개혁 논의를 독려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수석이 선거제도 개편과 정치권 일각의 개헌 요구 등 굵직한 정치 현안을 어떻게 조정해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인사 -검증 통합관리로 ‘외풍’ 차단
대국민 소통 강화… 김두우 유력
내년 한국 G20 정상회의 개최 준비

■ 신설 직제 역할은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인사에서 수석과 비서관의 중간급인 인사기획관과 메시지기획관을, 또 비서관급인 국제경제보좌관을 각각 신설했다. 기존에도 기획관(홍보기획관)이 있었지만 수석급으로만 불리다 이번에 직제를 확실히 했다.

기획관을 별도로 둔 이유는 수석을 신설할 정도는 아니지만 비서관이 처리하기엔 사안이 다소 민감하고 중대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인사기획관은 인사비서관을 승격시킨 형태로 역할에 비해 직책이 낮아 외풍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반영됐다고 한다. ‘천성관 파문’ 등에서 드러난 맹점을 보완하자는 취지다. 대통령실장 직속으로 인사와 검증 업무를 통합해 관리한다. 김명식 인사비서관의 승진 혹은 중립적 인사의 발탁 가능성과 함께 인선이 좀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메시지기획관은 대통령 연설과 메시지 관리를 맡는다. 청와대는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두우 정무기획비서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경제보좌관은 계약직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등을 대비해 신설했다. 산하에 별도로 독립적인 팀이 구성될지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한국이 내년에 G20 회의를 열게 되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정무와 정보기술(IT) 부문에서 대통령특별보좌관이 두자리 더 생겼다. 이로써 총 6명의 특보가 대통령 자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 실무라인 이외에 경륜을 갖춘 자문그룹이 필요해 이번에 특보를 보강했다는 얘기와 함께 공신 배려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프로필

잔정 많아 德將으로 통해
권재진 민정수석

일선 지검 공안부장을 거쳐 대검찰청 공안부장까지 오른 ‘공안통’ 검사. 후배 검사들에게 잔정이 많은 덕장(德將)으로 통했다. 대구지검장 시절 전국 최초로 민원헌장을 만들었다. 6월 초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사퇴한 뒤 검찰총장 후보로 꼽혔으나 후배인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명되자 곧바로 검찰을 떠났다.

경제-사회 부처 넘나들어
진영곤 사회정책수석

경제 및 사회부처 7개를 넘나들며 주요 보직을 두루 지냈다. 직원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법이 없고 세상을 달관한 듯한 태도로 유명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사회복지정책실장 시절 기자들이 “차관 한번 하셔야죠”라고 하면 “나는 이제 끝난 사람”이라고 할 정도였다. 여성부 차관 때 여성취업, 여성폭력방지 등에 관심을 기울였다.

학자출신… 교육개혁 관심 많아
진동섭 교육과학문화수석

대학교수 시절 개인 명함에는 자신이 설립한 ‘학교컨설팅연구회’를 앞세울 만큼 현장 개혁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졸업 후 유학길에 오르기 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과 서울 오류중학교 교사를 지냈다. 언행은 온화하지만 한번 결정한 일은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편이다.

MB 라디오-인터넷연설 담당
박선규 제1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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