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개항 합의로는 충분치 않다”

  • 입력 2009년 8월 19일 02시 56분


“北, 비핵화 조치 보여줘야”
美대북제재 조정관 23일 방한
‘안보리 결의’ 위반여부 논의

미국 국무부는 북한이 현대그룹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5개항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충분치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17일 AP통신이 보도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합의는 분명히 환영할 만한 조치들”이라며 “남북 간의 새로운 대화의 문을 열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런 한계적 조치들(marginal steps)로는 충분치 않다”며 “우리는 북한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속 언급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그들이 비핵화를 위한 결정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조치들을 취하는 것을 보기를 원한다”며 “이것이야말로 북한이 지금과 다른 길로 가기로 했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무부 로즈 고트묄러 검증 및 이행담당 차관보는 17일 버지니아 주 윌리엄스버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현역군인 대상 특강에서 “미국은 더 는 단 하나의 국가도 핵을 보유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핵 없는 세상’은 가야 할 길이 멀고 험난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23, 24일 이틀간 대북제재전담반을 이끌고 방한할 필립 골드버그 미 대북제재조정관의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대북 제재의 ‘총대’를 메고 있는 그의 움직임과 관심은 향후 대북 제재 움직임의 향방을 가르는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골드버그 조정관은 한국 정부에 다른 나라들의 대북 제재 이행상황 등을 설명한 뒤 한국 측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874호 이행계획을 청취하고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과 현대그룹 간의 합의사항에 대해서도 긴밀히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5개항 합의 내용이 안보리 제재결의를 위반하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양측의 합의사항이 안보리 결의안과 크게 상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의안 1874호가 인도주의·개발 목적에 대한 지원을 예외로 규정하고 있으며 민간 차원의 정상적 상거래 행위를 규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드버그 조정관 방한 시 현대와 북한 간의 합의를 둘러싼 한미 간의 의견차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보리 결의안 1874호의 취지가 북한으로 들어가는 현금을 막기 위한 것임을 감안할 때 미국 측은 현대와 북한 간의 합의사항이 유엔 제재 이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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