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챙길 일’ 된 당정 예산회의

  • 입력 2009년 8월 8일 02시 59분


감세 정책-재정 확대 ‘갑론을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7일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내년도 예산안 편성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당정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김성조 정책위의장(앞줄 가운데)과 심재철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비롯한 50여 명의 의원이 참석해 정부의 감세 정책과 확대 재정 기조 등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김경제 기자
감세 정책-재정 확대 ‘갑론을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7일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내년도 예산안 편성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당정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김성조 정책위의장(앞줄 가운데)과 심재철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비롯한 50여 명의 의원이 참석해 정부의 감세 정책과 확대 재정 기조 등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김경제 기자
“4대강 사업에 밀려 지역구 예산 깎일라”
與의원 50여명 몰려들어 저마다 ‘한마디’

7일 오후 2시 반부터 내년도 예산안 편성 방향에 관한 당정회의가 열린 국회 본청 2층 귀빈식당. 이날 당정회의는 평소 당정회의와는 자리 배치부터 달랐다.

여당 의원들이 정부 측 인사를 앞에 두고 줄지어 차례로 앉아 있었다. 통상 당정은 정부 측 인사와 의원들이 일대일로 마주 앉아 진행한다. 일부 의원 사이에선 “당정회의가 아니라 무슨 입시설명회 같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정부 측에서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정부 1, 2차관, 주요 실국장이 모두 왔지만 상대방인 한나라당 참석자가 훨씬 많았다. 정책위와 예산결산특위 소속 의원보다 일반 의원이 더 많아 참석 의원이 50여 명이나 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이런 형식의 회의는 처음”이라며 “내년 예산 짜기가 만만치 않다고 생각해 의원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치열한 ‘예산 따내기’ 전쟁

지역구나 소속 상임위원회 사업에 배정할 내년도 예산을 확보하려는 의원들의 ‘예산 전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당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경제위기 속에 세수가 줄어들어 집행할 예산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윤 장관도 회의를 시작하면서 “내년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자연 세수 감소로 세입 여건이 열악한 반면 세출은 새로운 지출수요가 늘어 예산 편성 요건이 녹록지 않다”며 “재정의 건전성도 배려하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다른 사업 예산이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의원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날 모인 의원들 사이에서는 “강이 지나가는 지역에서는 예산이 4대강 살리기 사업 우선으로 배정돼 도로 등 다른 사업 예산이 삭감될 것”이라는 말이 오갔다. 예결특위 소속 한 의원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이후 예산 따내기 경쟁이 올해 가장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봇물 터진 목소리

이런 민감한 분위기를 보여주듯 정부 측은 회의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회의가 끝난 후 다시 거둬가 버렸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16명의 의원이 발언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은 자기 지역구 사업의 예산 문제만 질문하고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의원들은 재정확대 정책 등에 대한 저마다의 의견을 쏟아냈다.

김성태 의원은 “각종 감세 정책이 재정 부담으로 작용해 서민을 지원할 여력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김 의원은 “일부 대기업은 법인세 혜택으로 사내유보금을 많이 쌓아놓고도 투자해서 일자리 늘리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며 “법인세 및 소득세 감세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흥길 의원은 “정부에서 세출 줄이기에 대한 의지가 없는 듯하다”며 “공무원 봉급 동결 같은 것으로라도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은 4대강 사업이었다. 이주영, 신상진 의원 등이 “4대강 사업에 대한 대규모 예산 투입에는 야당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설득력 있는 논리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태근 의원은 “한나라당의 지역 기반이 약한 충청·호남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4대강 사업 중 낙동강에 대한 사업을 미루고, 이들 지역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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