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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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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 온건파가 친박(친박근혜) 온건파를 상대로 대화 채널 복원에 나섰다. 일부 친이 친박 의원은 최근 모임을 갖고 앞으로 두 계파 간에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같은 두 계파 간 화합 움직임은 15일 ‘48인 성명’을 이끈 친이 직계가 주도하고 있다. 안국포럼 출신인 조해진 의원은 17일 통화에서 “상임위나 연구모임에서 친박 의원들과 같이 활동했지만 계파 문제를 놓고 의논할 기회가 없었다”며 “서로 견해를 듣고 해법을 도출하는 실제적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48인 모임의 한 핵심 의원은 현재 접촉하고 있는 K, H 의원 등 친박 인사를 구체적으로 거명하면서 “온건파 간 대화 재개를 통해 친이 친박 간 ‘적대적 동거’를 최소한 ‘비적대적 동거’로 바꾸려는 시도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조기 전당대회나 국정기조 변화보다는 친이 친박 의원의 법안 공동발의, 공동토론회 개최, 정책 대안 제시 등 작은 것부터 통합을 통해 계파 수장 간 타협점을 찾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처럼 친이 직계 핵심 의원들이 ‘온건 대 온건’ 구도를 통해 대화 채널을 복원하려는 것은 최근 쇄신논란을 거치면서 강경파끼리 정면충돌해 양측 간 소통의 길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쇄신특별위원회도 쇄신과 화합을 동시에 추진하려다 보니 쇄신마저 놓쳤다는 게 온건파들의 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담판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도 이들이 직접 나선 계기다. 당내에선 48인 성명을 주도한 일부 의원이 최근 이 대통령을 만나 계파갈등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청와대의 의중이 실려 있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친박계 다수를 차지하는 강경파들은 48인 모임의 ‘대통령 감싸기’ 기조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어서 온건파 간 채널 구축이 양측 간 화합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48인 모임도 강경 친박 의원들에 대한 해법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친이계 안에서도 48인 모임에 대해 ‘왕당파의 발호’라는 시각을 갖고 있어 내부 설득이 쉽지 않은 편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