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ICBM 美본토 타격능력 인정?

  • 입력 2009년 6월 11일 02시 55분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9일(현지 시간)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대응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9일(현지 시간)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대응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2단계 MD ‘北요격미사일 30기 배치’
게이츠 美국방장관이 공개한 이유는…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9일 상원 청문회에서 미국 본토를 겨냥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자신이 있다고 장담했다. 그는 이날 “현재 배치된 요격미사일은 앞으로 수년간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에 충분하다”며 “만일 위협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커진다면 요격미사일 수를 어렵지 않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게이츠 장관은 지난달 중순 북한 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해 알래스카의 포트그릴리 기지에 지상배치요격미사일(GBI) 30기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는 포트그릴리 기지의 GBI 지하 발사 시설을 직접 찾아 운영 실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게이츠 장관의 잇단 ‘미사일방어(MD) 행보’는 북한이 최근 시험발사를 경고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1998년과 2006년, 그리고 올해 4월 초에 발사한 장거리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3000여 km에 그쳤다. 2006년 발사 때는 발사장 인근 수 km 지점에 추락하기도 했다. 북한은 아직 사거리 5500km가 넘는 ICBM을 가졌음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때마다 ‘MD 체제를 가동해 요격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도 실제 행동에는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 발사할 ICBM은 하와이나 알래스카 등 미국을 직접 타격할 능력을 입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미국은 우려하고 있다. 특히 게이츠 장관이 북한 미사일의 요격수단으로 MD 체제 3단계 중 2단계인 GBI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북한 ICBM의 미국 본토 위협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MD 체제 2단계는 X밴드레이더로 탄도미사일을 추적해 GBI를 쏘아 대기권 밖에서 격추시키는 ‘중간 단계(미드코스)’ 방어다. MD 1단계(부스터 단계)는 발사 직후의 미사일을 공중발사레이저(ABL·개발 중)나 이지스함의 SM-3 미사일로, 3단계(종말 단계)는 대기권으로 재진입한 탄두를 고고도방어체계(THAAD) 등으로 요격하는 것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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