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관 정토원 안가”→“의미없어 공개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 경찰 盧 전 대통령 투신경위 부실수사 의혹
경호관 진술도 “한번갔다” “두번갔다” 계속 바뀌어
靑 “있는대로 밝혀라” 지시… 오늘 재조사결과 발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직전 산행을 수행했던 경호관 이모 씨(45)의 진술이 오락가락함에 따라 당시의 행적을 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또 23일 노 전 대통령이 투신 직전 봉화산의 사찰인 정토원에 들렀다는 언론 보도가 있기 전까지 경찰이 이를 공개하지 않는 등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청와대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청와대는 경호관의 진술이 번복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현재까지의 수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발표할 것을 26일 저녁 경남지방경찰청에 긴급 지시했다. 자칫 사건에 엉뚱한 파장이 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경남지방경찰청은 서거 당일 노 전 대통령이 사저에서 출발해 투신하기까지의 행적을 전면 재조사하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당초 24일 수사발표에서 정토원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경호관이) 정토원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과 경호관이 정토원에 들렀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26일 오전에는 “경호관이 ‘정토원까지 갔다가 부엉이바위로 되돌아 내려왔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 같아 (수사 발표에서)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을 바꿨다.
천호선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노 전 대통령이 정토원에 도착한 시간은 23일 오전 6시 25∼30분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초 경찰은 ‘오전 5시 50분경, 사저 출발→오전 6시 20분경 초소 근무 전경이 노 전 대통령과 경호관이 부엉이바위에 있다는 사실을 경호상황실에 보고→20여 분간 경호관과 대화→오전 6시 45분경 투신…’이라고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 정토원 부분이 빠져 있었다. 사건 당일의 이동 경로와 시간에 대한 엄격한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뒤편 봉화산에 위치한 정토원. 노무현 전 대통령 부모의 위패가 모셔진 이곳에 노 전 대통령의 유골이 임시로 안치될 예정이다. 김해=홍진환 기자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뒤편 봉화산에 위치한 정토원. 노무현 전 대통령 부모의 위패가 모셔진 이곳에 노 전 대통령의 유골이 임시로 안치될 예정이다. 김해=홍진환 기자
천 전 수석의 설명과 달리 경호관이 노 대통령 투신 당시 옆에 없었다는 주장은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경호관 이 씨는 “노 전 대통령이 ‘정토원 원장이 계신지 알아보고 오라’고 해 250m 떨어진 정토원에 갔다가 부엉이바위로 다시 돌아오니 노 전 대통령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경찰에서 “정토원에 한 번 갔다”고 했다가, 재조사에서는 “두 번 갔다”고 진술하는 등 몇 부분이 오락가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씨는 “부엉이바위 인근 등산로에 등산객이 오는 것을 보고 혹시 노 전 대통령에게 위해가 될까 우려해 등산객을 산 아래로 보낸 뒤 와 보니 노 전 대통령이 없었다”고 말하는 등 진술이 계속 바뀌고 있다.
한편 선진규 정토원 원장은 26일 “서거 당일 새벽 경호관이 나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VIP(노 전 대통령 지칭)도 왔느냐고 물었으나 경호관은 손을 가로저었다”며 “경호관이 왔으니 당연히 대통령이 오셨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부 보도에서 ‘한 보살이 노 전 대통령이 법당으로 들어간 것을 목격했다’고 나오던데, 정확히 법당에서 위패에 예를 올리는 모습을 본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없다. 경찰 조사도 나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수사본부장인 이운우 경남지방경찰청장은 “일부 조사가 미흡했다”며 “전직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의문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실제 노 전 대통령이 정토원에 들렀는지, 부엉이바위에 머문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시간대별 이동 경로는 어디인지 등을 조사해 27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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