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 폭발력 추정치 최고 53배차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측정방법-지질따라 달라

북한이 실험한 핵의 폭발력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폭발력 규모가 분석 기관이나 학자마다 달라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북한의 제2차 핵실험 규모에 대해 “(핵 위력이) 나가사키나 히로시마보다 3∼4배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945년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의 폭발력이 15∼21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이었으니 이번 북핵의 폭발력은 60∼80kt이라고 말한 셈이다. 반면 이상희 국방부 장관과 러시아 국방부는 25일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한 직후 위력이 20kt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국방부 고위 관리는 26일 “지진파 규모로 볼 때 이번 핵실험의 폭발력은 상대적으로 작은 1.5kt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핵 기술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도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잠정적인 평가지만 1∼2kt의 폭발력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폭발력 산정이 각기 다른 이유는 정확한 지진파 측정이 어려운 데다 지진파에서 폭발력을 계산하는 모델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황일순 교수는 “지진 규모의 차이가 조금만 나도 폭발력 오차가 수 배∼수십 배 날 수 있다”면서 정확한 지진파 관측이 필수라고 말했다.

지질학적 구조도 중요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강익범 책임연구원은 “화강암은 지진파를 잘 통과시키는 반면 퇴적암은 상대적으로 잘 흡수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옛 소련도 수천 회의 핵실험을 통해 비로소 정확한 폭발력을 알게 됐다”면서 “1차 핵실험 때 얻은 자료와 추가 연구를 통해 정확한 계산 모델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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