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 사실상 종결될 듯

  • 입력 2009년 5월 23일 12시 06분


23일 오전 9시 30분경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동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해 오던 검찰은 큰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특히 이날 오전 10시 경 노 전 대통령이 유서를 남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검찰과 법무부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검찰 수사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를 파악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웠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10시 50분 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 청사로 서둘러 출근했으며, 대검 간부들과 수사팀 관계자들도 속속 대검 청사에 도착했다. 임 총장은 곧바로 오전 11시경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이날 의정부지검에서 예정돼 있던 공식 일정을 취소한 뒤 오전 8시 반 경 법무부 간부들을 모두 긴급 소집했다.

법무부와 검찰 간부들은 갑작스런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는 소식에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진위를 확인하면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법무부 관계자는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검 간부들과 수사팀 관계자들은 말을 아끼며 노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서거 경위 확인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경위부터 확인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만 전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40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수사를 해 오고 있었으며 조만간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재소환조사한 뒤 이달 말 경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기 검찰 수사는 사실상 이날로 종결된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일단 피의자인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게 되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앞으로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끝날 때까지 '박연차 리스트' 수사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뿐만 아니라 수사 상황 전반에 미칠 파장을 점검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수사 과정은 적절했는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수사를 밀어붙이진 않았는지, 이른바 '표적수사'는 아니었는지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기 시작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크게 관심을 끌던 문제들이 아니었지만 피의자인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 자연스럽게 노 전 대통령의 혐의보다 거꾸로 검찰 수사가 관심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법무부와 검찰 관계자들은 전직 검찰 관계자들과도 연락을 주고 받으며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수사 진행 여부 등에 대한 기본적인 검토를 비롯해 검찰 수사 전 과정을 되짚으며 무리한 점은 없었는지, 수사를 지나치게 오래 끌고 온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어떻게든 검찰 수사에 대해 책임론이 불거질 것을 예상하며 어떤 식의 공식 반응을 내놓을지 고심하는 모습이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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