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당쇄신 요구 분출 - 민주 정동영 복당 내홍

  • 입력 2009년 5월 1일 02시 56분


“패배 연연하지 말자” 30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홍준표 원내대표(왼쪽)가 “지도부는 이번 재·보궐선거 패배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옆에 앉은 박희태 대표(가운데)와 정몽준 최고위원의 표정은 침통하다. 김경제 기자
“패배 연연하지 말자” 30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홍준표 원내대표(왼쪽)가 “지도부는 이번 재·보궐선거 패배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옆에 앉은 박희태 대표(가운데)와 정몽준 최고위원의 표정은 침통하다. 김경제 기자
“승리 자축할 때 아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원혜영 원내대표와 전병헌 의원, 정세균 대표, 김종률 의원(왼쪽부터)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날 인천 부평을 재선거에서 승리했지만 복잡한 당내 사정 때문에 이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연합뉴스
“승리 자축할 때 아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원혜영 원내대표와 전병헌 의원, 정세균 대표, 김종률 의원(왼쪽부터)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날 인천 부평을 재선거에서 승리했지만 복잡한 당내 사정 때문에 이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연합뉴스
■ 4·29 재보선 후폭풍

《4·29 재·보궐선거의 후폭풍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몰아치고 있다. 국회의원 재선거 5곳에서 전패한 한나라당은 초선 의원들의 당 쇄신 요구에 직면해 있다. 인천 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와 경기 시흥시장 보궐선거에서 이겨 한나라당보다는 다소 여유가 있는 민주당 지도부도 ‘안방’인 전주에서의 패배 및 공천 책임 문제 등으로 내홍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정몽준 “與, 친목단체 수준”

임명직 당직자 모두 사표

지난달 29일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한 한나라당이 당 쇄신 작업에 나선다.

한나라당은 5월 21일로 임기가 끝나는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선출에 맞춰 사무총장을 포함한 당직자 물갈이를 계획하고 있다. 교체 대상엔 30일 공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안경률 사무총장과 이성헌 제1사무부총장, 심규철 제2사무부총장, 이명규 전략기획본부장, 한선교 홍보기획본부장, 김성조 여의도연구소장과 윤상현 조윤선 대변인 가운데 한 명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희태 대표는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새 사무총장에는 장광근 권영세 정병국 의원 등 수도권 3선 의원들이 거론된다. 임명직 당직자들은 모두 이날 박희태 대표에게 사표를 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당 쇄신을 요구하는 초선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해 홍준표 원내대표는 “당무쇄신특위를 만들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당과 국회 운영을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해 온 당내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의 쇄신안이 당 쇄신 작업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본21은 이날 저녁에 별도 모임을 갖고 당 쇄신 및 화합 방안을 논의해 지도부에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최고위원회의 분위기도 침통했다. ‘지도부 책임론’의 중심에 있는 박희태 대표는 “국민이 내린 채찍으로 생각한다. 심기일전해서 경제 살리기에 신령을 바칠 서정쇄신(庶政刷新·정치 폐단을 고쳐 새롭게 함)에 더욱 노력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준표 원내대표는 “무슨 일만 생기면 (지도부가) 총사퇴한 것이 열린우리당 몰락의 계기가 됐다. 지도부는 이번 재·보선 패배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며 지도부 책임론을 경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갖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선전(善戰)한 민주당 지도부에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지원 유세에도 불구하고 울산 북에서 이기지 못한 정몽준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은 엉성한 친목단체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기력하고 스스로 개혁할 능력이 없는 최악의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 간의 갈등은 당분간 불거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편이다. 양측 모두 향후 파장을 의식하며 입조심을 하는 분위기다. 경주 선거에서 친박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수성 후보가 당선돼 영향력을 재확인한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본회의장 앞에서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웃으며 “별로 드릴 말씀이 없네요”라고만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鄭, 복당신청 보류하고 관망

지도부, 비주류 ‘길닦기’ 무시

·29 재·보궐선거에서 수도권인 인천 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와 시흥시장 보궐선거에서 이긴 민주당이 하루 만인 30일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10월부터 ‘안방’이나 다름없는 호남지역 선거에서 무소속 돌풍과 민주노동당의 약진에 연거푸 고배를 마시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지지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현실에서 4·29 수도권 승리를 자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전남 여수 시의원 보궐선거에서는 민노당 후보가 당선됐다. 민노당의 호남 첫 당선이었다. 이번 4·29 재·보선에서도 전북 전주 국회의원 선거 2곳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무소속 연대’에, 보궐선거가 실시된 광주 서구 기초위원과 전남 장흥군 도의원 자리는 모두 민노당에 내줬다. 한 당직자는 “호남 유권자들이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안이한 생각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당장 내년 봄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호남의 반(反)민주당 정서가 다양한 이합집산, 줄서기, 탈당 등을 낳을 수 있다. 이미 정 전 장관의 탈당과 함께 전주시의원 일부가 당을 떠났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염두에 둔 행보다. 일각에선 분당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30일 민주당에서는 선거 기간 잠복해 있던 정 전 장관의 복당 문제가 곧바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 전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선되면 곧바로 민주당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고,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전날 당선 직후 공언한 것과 달리 이날 복당 신청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당 지도부와 정면충돌하는 대신 당내 우호그룹에 ‘복당의 터전을 만들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비주류 모임인 민주연대는 화답이라도 하듯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 과정에서 초래된 당내 갈등을 조속히 해결하고 민주개혁 진영의 대연합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정 전 장관의 복당론을 폈다. 이종걸 의원은 아예 지도부 교체를 위한 조기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했다. 초재선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호남 참패에 대한 반성이 요구된다”며 “지도부의 환골탈태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4·29 선거의 의미를 ‘수도권 승리’에 두며 무시전략을 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세균 대표는 “당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했던 약속과 말은 지킬 것”이라며 정 전 장관의 복당불가론을 고수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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