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 100일]<上>대북 - 한미관계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악수 청하는 美 ‘주먹’ 내는 北… 스마트외교 시험대

北잇단 강수 속 “韓美공조 통해 해결” 확인
쿠바 시리아 관계는 평화 메시지로 ‘리셋’

“이제 미국은 공포가 아닌 희망을 수출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그리하여 땅에 떨어진 권위와 리더십을 복원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외교안보 정책 구상에 큰 영향을 미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대통령 취임식 직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그때로부터 근 100일,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전임 행정부가 남긴 부정적 유산을 청산하면서 지구촌에 새로운 미국의 메시지를 던지려 분투해왔다. 부시 행정부 초기 일방주의 외교에 대한 대안 개념으로 나이 교수가 제시했던 힘과 외교력을 배합하는 ‘스마트 파워 외교’가 지구촌 이슈들에 구체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한반도 정책 역시 그런 큰 흐름 속에서 줄기가 잡혀가고 있다.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등에선 “한미동맹을 21세기 가치동맹으로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사회 일각에서 주장했던 ‘한국의 보수 정권과 미국의 리버럴 정권 간의 엇박자 가능성’은 기우(杞憂)였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대(對)북한 정책에서도 한미 공조가 특히 강조되고 있으며 정책 기조 역시 부시 행정부 중반 이후와 비교해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임기 후반 ‘유산 남기기’에 급급하며 양보에 양보를 거듭했던 부시 행정부 말기보다 원칙과 균형을 더 강조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가 정책 검토를 마치고 손을 내밀기도 전에 북한 정권이 미사일 발사, 대남 강경책 등 ‘주먹’을 던지는 바람에 오바마 대통령의 운신 폭이 좁아진 형국이다. 당분간은 스마트 외교의 양면 가운데 아직 어느 나라에도 사용되지 않은 ‘하드 파워(원칙에 근거한 경제 제재 등 강경한 대응)’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 밖에 다른 나라들과의 외교관계에선 모처럼 봄바람이 불고 있다. 이슬람 국가들을 향해서는 “미국인은 무슬림의 적이 아니다”는 선언을 거듭 발신했으며 러시아와의 관계는 ‘재설정(reset)’이 화두가 됐고 이란 시리아 쿠바 베네수엘라에도 ‘비둘기’(평화적 메시지)를 보냈다.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이라크 전쟁 종식, 아프가니스탄 병력 증파를 통한 대(對)알카에다 작전 강화 등의 약속도 실천에 옮기고 있다. 군비축소, 지구온난화 등 글로벌 이슈도 다시 미국이 주도권을 쥐는 양상이다. 이런 정책들의 구체적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당수는 부시 행정부 후반기에도 추진했던,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큰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워낙 ‘화해’와 ‘평화’를 상징하는 인물이 선장이 된 덕분에 지구촌의 반응도 뜨겁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 굿맨 아메리칸大 국제대학원장
“北 위협고조에 즉각 대응 않는게 바른 대응”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100일간 미국 외교는 전 세계인에게 긍정적인 변화의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 8년간 흐트러졌던 궤도를 바로잡고 난마처럼 얽힌 현안을 풀어나갈 초석을 다진 기간이다.”

루이스 굿맨 아메리칸대 국제대학원장(사진)은 25일 “오바마 행정부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행히 많은 세계인이 성공을 바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궁극적 목표는….

“미국과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세계가 안전해지지 않고는 미국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대통령은 너무 잘 안다. 그 방법으로 그는 ‘전 세계 국가들과의 대화’를 택했다. 강대국이 상대적인 약소국에 명령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쿠바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와의 관계 개선, 러시아에 핵무기 감축 등을 제의하는 등 외교 노력도 활발한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하다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외교적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동맹국과의 관계강화는 물론이고 우방국, 심지어 적대국과도 대화를 시작했거나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북한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은 권력승계 등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도 시나리오별 북한의 상황변화와 그에 따른 대응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안다. 북한의 단계적 위협 고조에 즉각 대응하지 않고 신중하게 동맹국과 정책조율을 해나가고 있는 것은 올바른 대응이다.”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활동이 미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좀 섬세하게(delicate) 다룰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잃을 것이 적고 비이성적인 정권이기에 코너에 몰리면 극단적 행동을 할 수 있다. (북의) 사생결단식 행동은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도 바라지 않는 최악의 경우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 면에서 처지는 것 아닌가.

“우선순위 지역과 이슈를 나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모두 특수한 대응방식이 필요하다. 순위와 관계없이 해당 문제를 담당하는 곳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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