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추부길, 이상득 의원과 2차례 통화… 로비 거절당해”

  • 입력 2009년 4월 11일 02시 56분


집무실 향하는 검찰총장검찰이 10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500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를 체포했다. 이날 오후 임채진 검찰총장(가운데)이 식사를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무실 향하는 검찰총장
검찰이 10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500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를 체포했다. 이날 오후 임채진 검찰총장(가운데)이 식사를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9~10월 李의원 보좌관 통해 연결

李의원 “통화 안했다” 해명과 달라

“정두언 의원에게도 작년 10월말 전화

노건평씨 얘기하며 청탁했지만 실패”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지난해 7∼11월 벌어진 국세청의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정관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은 현 여권 실세 인사들이 연루됐을 소지가 있어 폭발력이 강한 부분이다. 검찰은 일단 박 회장에게서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을 통한 로비는 일단 실패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그러나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지난해 박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및 검찰 수사과정에서 구명 로비를 했는지, 이 과정에서 누구와 접촉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추부길, 이상득 의원에게 청탁”=추 전 비서관은 2007년 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 양모 씨와 자신의 지인인 미국 하와이 소재 교회 목사의 소개로 노건평 씨를 만나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지난해 8월 말 노 씨는 추 전 비서관에게 “박 회장을 만나봐 달라”고 부탁했다. 일단 추 전 비서관은 “세무조사 중이니 직접 만나는 건 곤란할 것 같다”고 완곡하게 거절했지만 결국 박 회장의 오른팔인 정승영 정산개발 사장을 만나 청탁을 받았다. 그는 9월 9일 2억 원을 받았다.

그 후 추 전 비서관은 지난해 9월 초∼10월 먼저 이 의원 측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이 의원의 홍보업무를 맡은 적이 있다. 이런 관계 때문에 이 의원 측에 가장 먼저 부탁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 결과 이 기간에 추 전 비서관이 이 의원의 휴대전화로 통화한 기록은 없지만 이 의원의 보좌관에게 8차례 전화를 건 것으로 나타났다. 추 전 비서관은 “그중 두 번은 이 의원과 직접 대화를 했다”고 진술했다. 첫 번째는 안부전화, 두 번째는 청탁전화였다. 그러나 “이 의원이 단번에 거절하는 바람에 더는 얘기를 하지 못했다”는 게 추 전 비서관의 진술이다. 이 의원은 10일에도 “나는 전화를 직접 갖고 다니지 않고 비서진이 전화 연결을 해준다. 나는 추 전 비서관으로부터 어떠한 부탁 전화도 받은 적이 없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지난해 10월 25일 추 전 비서관이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과 통화한 기록이 나왔다. 추 전 비서관은 정 의원에게 “패밀리끼리는 서로 건드리지 말자”는 노 씨의 말을 전하며 접근했으나 역시 거절당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의원이나 정 의원을 조사하지 않고 추 전 비서관 관련 의혹을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이 의원의 경우 추 전 비서관과 말이 서로 다른데도 조사 없이 그냥 넘어가는 것은 ‘권력 봐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추 씨의 통화기록에는 노 씨와 전화한 기록이 25차례나 있었으며 검찰, 국세청 관계자와의 통화기록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와대 비서관 및 행정관들과 전화한 것은 ‘구명로비’와는 상관없는 개인적인 통화로 검찰은 판단했다. 추 전 비서관이 받은 2억 원을 추적한 결과 이 돈 중 4000만 원은 자신의 연구소 운영비로, 7400만 원은 인터넷언론 설립 자금 및 경비로 썼다. 그 밖에 아들의 미국 연수비용과 교회 헌금 등 대부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

▽‘천신일’ 폭탄 터지나=검찰은 지난해 박 회장에 대한 구명로비 의혹은 계속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정권교체가 확실시된 때인 2007년 12월 이후 박 회장의 자금 지출 기록을 집중 분석하는 한편 천 회장을 수사 대상으로 놓고 출국 금지했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이날 천 회장의 조사 진행 상황을 묻자 “그 부분은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다. 추 전 비서관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천 회장은 지난해 태광실업 및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로 벼랑 끝에 몰렸던 박 회장의 구명 로비를 주도하며 현 정부의 주요 인사들과 함께 대책회의를 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천 회장이 박 회장을 돕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면 현 정권 실세들이 로비 대상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동영상 보러가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