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재보선… 4대 특이 양상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민주당 지도부와 공천 갈등을 겪고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3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민주당 중진들과 조찬 회동을 하고 있다. 이석현 박상천 문희상 김영진 의원, 정동영 전 장관, 천정배 의원(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연합뉴스
민주당 지도부와 공천 갈등을 겪고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3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민주당 중진들과 조찬 회동을 하고 있다. 이석현 박상천 문희상 김영진 의원, 정동영 전 장관, 천정배 의원(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연합뉴스
① 정권 중간평가 실종 ② 민주 집안싸움 부각

③ 여권 親李-親朴 분열 ④누가 이길지 아리송

예전 재·보궐선거는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다. 야당에선 정부가 추진하는 굵직한 정책이나 국가 현안에 대한 심판에 선거의 의미를 부여하고 대여 공세의 고삐를 죄는 기회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번 4·29 재선은 과거 재·보선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부의 복잡한 속사정들이 실타래처럼 뒤얽혀 있기 때문이다.

첫째, 이번 선거에서 ‘이명박 정권 심판’이라든가 ‘중간평가’에 대한 얘기는 찾기 어렵다. 또 선거 전체를 관통하는 굵직한 현안이나 뜨거운 논란이 되는 대형 정책도 눈에 띄지 않는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검찰의 정관계 로비 수사가 현 정국을 지배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며 “노동계의 춘투(春鬪)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비정규직 관련법이나 실업 문제는 선거 이슈로 부상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둘째, 여야의 공수(攻守)가 이번에 뒤바뀐 상황도 특이하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보다는 야당인 민주당의 집안싸움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더 몰려 있는 상황이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등 거물들에 대한 공천 문제로 민주당은 심한 내홍을 앓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만약 정 전 장관과 한 전 대표가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당선될 경우 이는 정세균 대표에 대한 중간평가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예전에는 ‘게이트’가 터지면 야당이 반사 이익을 얻었지만 ‘박연차 리스트’ 사건은 전 정권의 핵심들이 대거 연루돼 오히려 민주당이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고 말했다.

셋째는 여권 내 갈등을 꼽을 수 있다. 여당의 경우 선거가 임박하면 주류든 비주류든 일단 승리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주에서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가 심각한 계파 갈등을 보이면서 여권 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경주뿐 아니라 울산에서도 후보 추천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내 두 계파 인사들이 특정 인사를 밀거나 비토 하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여야의 승패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호남의 2곳(전주 덕진, 전주 완산갑)은 당초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된 지역이다. 하지만 정 전 장관과 한 전 대표가 무소속 출마를 할 경우 결과가 달라질 공산이 크다. 나머지 지역은 당내 계파 갈등(경주), 야당의 후보 단일화(울산) 같은 변수들이 있어 마지막까지도 선뜻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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