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앞으로 누가 불려가나” 여야 초긴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수사하고 있는 ‘박연차 리스트’의 소용돌이가 이번에는 한나라당의 3선 중진의원인 박진 의원(사진)을 덮쳤다.
26일 검찰이 박 의원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박연차 리스트의 끝은 과연 어디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구에서 16대 총선부터 내리 3선을 했고 여당 내에서는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의 기대주로 거론되는 정치인이다. 또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는 이렇다 할 인연이 없어 그동안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해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의외의 인물이다.
실제로 1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에는 예상 밖의 인물들이 잇따라 체포 또는 소환되고 있다.
박연차 리스트의 첫 구속자인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이 17일 전격 체포됐을 때에도 이 씨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어 송은복 전 경남 김해시장 등 경남 김해 지역의 선거에 출마한 인사들이 등장하면서 이곳이 연고지인 박 회장과의 연관성은 쉽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검찰이 21일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인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을 체포하고 23일에는 검찰 출신인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전격 체포하면서 이 역시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수사 초기에 예상치 못한 의외의 인물들이 잇따라 등장하는 것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본격적인 수사에 대비한 ‘여건 조성’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이 현 정부와 옛 여권, 지금의 여야 정치권을 막론하고 ‘성역 없이’ 수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편파 수사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오후 박 의원 소환 소식이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서울 출신으로 부산·경남(PK)과는 인연이 전혀 없는 박 의원이 박연차 리스트에 올랐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PK 지역을 주무대로 활동했고 지금까지 한나라당 내에서 그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거론된 의원들도 모두 이 지역 출신 의원이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박 의원이 박 회장 사건과 관련됐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며 “황당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박 의원에 대한 소환 통보를 접한 한나라당은 박 회장의 문어발식 로비가 어디까지 미쳤는지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 당직자는 “외교통상 전문가이면서 외국 생활이 길었던 박 의원이 이번 사건과 관련됐다면 앞으로 어떤 의원이 로비 의혹으로 검찰에 불려 갈지 모를 일”이라고 걱정했다. 한나라당은 당장 4월 임시국회와 재선거 전략에 차질이 생길까봐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박 의원이 소환되면 한나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물론 한-유럽연합(EU) FTA를 처리하는 데도 추진력을 잃을 것으로 당내에서는 걱정하는 눈치다. 또 한나라당은 검찰의 칼날이 여야를 가리지 않으면서 4·29 재선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