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대표 “재보선 안나간다”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4·29 재·보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경제 기자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4·29 재·보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경제 기자
“경제살리기 전념”… 민주 ‘MB정권 중간평가’ 전략수정 불가피

‘4·29 재·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이 제기돼 온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16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당 주변에선 그가 울산 북구 출마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박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어 “뒷산의 황률(황밤)은 벌이 쏘지 않아도 때가 되면 벌어진다고 했는데 (지금이) 그런 것 같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주 짧은 휴가기간에 경북 예천 삼강주막에서 낙동강 바람을 쐬고 막걸리를 마시는데, 집사람이 ‘유유히 흐르는 장강처럼 인생도 그렇게 사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며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음을 내비쳤다.

박 대표의 불출마 결심은 핵심 당직자들조차 거의 몰랐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에도 불출마 선언 2시간 전에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전 국민이 경제 살리기에 심혈을 바쳐야 한다. 그런데 정치판에 모든 걸 빼앗겨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민주당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전주 덕진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박 대표까지 선거에 뛰어들어 총력전을 펼칠 경우 호남의 2곳 등 5곳에 불과한 재·보선이 ‘이명박 정권 중간 심판’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당 일각에선 박 대표가 10월 재·보선 때 경남 양산 출마 가능성 등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 대표의 출마를 전제로 이번 재·보선을 ‘MB(이명박) 정권 중간평가론’으로 밀어붙이려던 전략을 갖고 있었던 민주당으로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은 울산에서 자체 후보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과 ‘반(反)MB 연합공천’을 성사시켜 ‘박희태 낙마’에 총력을 기울이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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