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金의장, 악역 해야 할 순간 오면 악역해야”

  • 입력 2009년 2월 28일 03시 09분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단칼에 자르고 나가야”

미디어법 직권상정 압박… 의원들에 비상대기령

“필요에 따라 악역을 해야 할 순간이 오면 악역을 해야 한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사진)는 27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누구나 공직에 있을 때 그 자리에서 누리는 영광과 명예가 있고, 이에 상응하는 책무도 수행해야 한다”며 이같이 목청을 높였다.

경제살리기 법안만 직권상정할 수도 있다며 미디어 관계법의 처리에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친 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한 압박이었다.

그는 “한밤에 분칠하고 선글라스 끼고 다녀도 알아주는 사람 없다. 나라의 어려움은 도외시하고 이미지 관리만 하려는 태도는 선출직 공직자로서 옳은 태도가 아니다”라고 몰아붙였다.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홍 원내대표의 압박은 계속됐다.

그는 알렉산더 대왕과 고르디우스 매듭의 일화를 예로 들며 “국회의 고르디우스는 미디어 관계법”이라고 규정한 뒤 “매듭을 그대로 두고 봉합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 단칼에 잘라버리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 관계법을 포함한 쟁점법안의 일괄 직권상정 처리를 강력히 요구한 것이다.

이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미디어 관계법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4월 국회에서는 추가경정예산안, 6월 국회에서는 비정규직법과 연계돼 야당에 끌려 다니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비공개 의총에서도 미디어 관계법의 직권상정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대다수 의원은 야당의 반발이 있더라도 이번 회기 내 미디어 관계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차명진 의원은 “미디어 관계법이야말로 청년실업을 구제하고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시급한 법”이라며 “우리가 품격을 따질 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원은 “미디어 관계법이 직권상정되지 않을 경우 본회의장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강경론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식 의원 등 일부 소장 의원은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강력한 반론에 부닥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는 1월 법안 전쟁 때와 달리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미디어 관계법 등 쟁점법안 일괄 처리를 위해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소속 의원들에게 2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3월 3일까지 언제든 1시간 이내에 국회에 달려올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결심할 경우 언제든지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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