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 1mm 앞도 안내다본다”

  • 입력 2009년 2월 12일 02시 55분


“말로만 규제완화” 성토장 된 경기상공인 간담회

“직원 수 2200명인 ‘스태츠칩팩코리아’라는 회사가 공장을 늘려야 해서 조금만 증설 허용을 해주면 되는데 자연보전권역이라고 규제에 묶여서 되는 게 없습니다. 이 회사는 결국 중국으로 가려고 합니다. 회사 망가진 다음에 증설 허가 내줘봐야 아무 소용없습니다.”

10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수원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열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상공인과의 간담회’.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과 우봉제 수원상의 회장, 유희상 민관합동 규제개혁추진단장과 경기 지역 기업인 5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 ‘국토해양부 성토대회’ 같았던 간담회

이천상의 회장인 신현익 세람저축은행 회장이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신증설을 허용해 달라”는 건의를 하던 중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이천은 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공장이 안 돌아가는데 누가 나와서 밥 먹고 술 마시겠습니까? 하이닉스가 이천공장 증설 허가를 요청했을 때 그거 받아줬으면 이러진 않았을 텐데….”

정부는 지난해 자연보전권역에서도 일부 공장 증설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폐수가 조금이라도 발생하면 안 된다는 등 여러 가지 전제조건이 많아 이천 지역의 경우 바뀐 것이 전혀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애로사항을 말한 지방상의 회장들 중에는 신 회장처럼 목소리를 높인 이가 여럿 있었다. 특히 공장용지 관련 규제 완화가 최대 관심사임을 반영하듯 국토해양부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높았다. ‘국토부 성토대회’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국토부를 상대하다 ‘대한민국 어렵게 하는 사람이 곳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빈정거림에서부터 “‘대통령도 일하려다 잘못한 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지 않느냐. 내가 당신 인생 책임질 테니 허가 좀 내 달라’고 읍소한 적도 있다”는 과격 발언까지 나왔다.

○ 기업인들 ‘규제 완화 여전히 목말라’

추용 포천상의 부회장 겸 조원산업 대표이사는 보전·생산관리지역 개발행위 제한 완화를 건의하던 중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담당하는 국토부 직원들의 시야는 폭이 1mm”라며 “이런 답답한 사람들이 정부 정책을 맡아도 되나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백남춘 광명상의 회장 겸 ㈜한울 회장은 광명시의 농업진흥지역이 폐광으로 인해 카드뮴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해제나 전용이 안 되는 사연을 전했다.

백 회장은 “광명시가 휴경보상금을 주면서까지 경작을 금지하는 땅이다. 그런데도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재정을 들여 경지정리한 땅이니 (해제나 전용이) 불가하다’는 ‘탁상 응답’이 온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에 대해 “오늘 나온 건의 중에는 법리적으로 무리한 것들도 있다”며 “답답하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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