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어느땐데… 제명하라” 비난 쇄도

  • 입력 2009년 1월 13일 02시 55분


■ 민주의원 골프외유 파문

한나라 “서민 위한다더니 실제론 귀족 정당”

이회창 총재 “국회차원서 정풍운동 벌여야”

민주당 국회의원 9명이 임시국회 회기 중에 태국의 한 골프리조트에서 외유를 즐긴 데 대해 12일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민주당이 지난해 12월 26일부터 12일 동안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면서 법안 처리를 방해해 놓고 회기 중에 버젓이 ‘골프 외유’를 즐긴 것은 국회의원 본연의 의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이었다.

한나라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민주당의 구호는 거짓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원 9명이 가족까지 데리고 방콕에 가서 생일파티를 하는 것이 과연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자처할 수 있는지 돌아보라”고 비판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논평에서 “앞에서는 서민을 위한다지만 정작 귀족 정당이 민주당의 현주소”라고 꼬집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대전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때가 어느 때인데 엊그제 그 난리(국회 파행)를 치고서 뭘 잘했다고 골프를 치느냐”면서 “같은 의원이지만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몇몇 의원의 분별없는 행동’이라고 탓하고 말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를 계기로 국회 차원의 정풍 운동, 도덕 재무장 운동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법안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며 들떠 있던 민주당은 ‘골프 외유’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전전긍긍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파행을 겪은 상황에서 국민의 걱정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한 최고위원은 “당 윤리위원회에 이번 사건을 회부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얼어붙은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당내 일각에선 “그렇게 가지 말라고 말렸는데 말을 안 듣더니 기어이 사고가 터졌다”는 등 이들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민주당과 국회 홈페이지에는 골프 외유를 비난하는 글이 빗발쳤다. ‘최병일’이라는 누리꾼은 “지금이 어느 때인데 해외로 몰려 나가 골프를 치며 외화를 물 쓰듯 하느냐”며 “민주당은 골프 파문에 연루된 의원을 제명하고 환골탈태하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50세 안팎 재선모임 ‘10인회’서 8명 참석

국회 회기 중 골프 외유로 물의를 일으킨 민주당 의원들은 3선의 이강래 의원을 제외한 8명이 모두 ‘10인회’ 멤버다.

10인회는 지난해 4·9총선 이후 구성된 ‘4말 5초(40대 후반, 50대 초반)’ 재선 의원들의 친목 모임. 당내 386 재선 그룹과 달리 법조인 자치단체장 등 전문가 출신을 주축으로 구성됐다.

최규식(서울) 박기춘(경기) 양승조(충남) 주승용(전남) 의원이 당 일선 조직을 관장하는 시도 위원장이며, 정세균 대표의 특보단장(전병헌), 정책위 수석부의장(박영선), 원내부의장(노영민), 제1정책조정위원장(우윤근) 등의 당직을 맡고 있다. 또 전병헌 박기춘 박영선 의원은 각각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토해양위 정보위에서 간사를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골프 외유 의원 중 상당수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가까운 ‘DY계’라는 점에서 미국에 체류 중인 정 전 장관의 조기 복귀 움직임과도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정 전 장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모임”이라고 부인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동아닷컴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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