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려면 폭력배나 되지…” 중학생까지 국회비난 글

  • 입력 2009년 1월 6일 03시 02분


5일 국회 인터넷홈페이지의 열린게시판에 대전 문정중학교 1학년 김태욱 군이 올린 글. 김 군은 “싸움을 하고 싶으면 국회의원이 아니라 조직폭력배가 됐어야 한다”고 의원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국회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5일 국회 인터넷홈페이지의 열린게시판에 대전 문정중학교 1학년 김태욱 군이 올린 글. 김 군은 “싸움을 하고 싶으면 국회의원이 아니라 조직폭력배가 됐어야 한다”고 의원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국회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교과서에서는 입법부가 국민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심의하는 곳으로 배웠는데 지금 국회의 모습은 권투경기장 같습니다. 싸움을 하고 싶으면 폭력배가 되거나 권투선수가 됐어야죠. 국회의원이 열다섯 살 중학생한테 훈계나 듣고 동네 창피하게 이게 뭡니까.”

대전 문정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김태욱 군은 5일 국회 홈페이지 열린게시판에 ‘국회의원에게 보내는 편지’를 올려 폭력으로 물든 국회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교육에 관한 법률과 정책도 모두 의원님들이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약 도덕 시험 성적이 30점만 넘었다면 의원님들은 위선자 아니냐”며 “국사 교과서에도 나오듯이 선조들이 정치한답시고 싸움질하다 내분으로 망하지 않았느냐”고 여야 대치로 얼룩진 국회를 질타했다.

김 군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에도 “난 생각이 다르다. 아예 국회 안에 철창을 만들고 그 안에서 죄수복 입고 활동하게 하면 되지 않느냐. 정책 제안에 올려보겠다”고도 했다.

그는 또 “아이들이 국회 현장학습을 하면 ‘저런 짓 하는 사람들 잡아가는 법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느냐”며 “제발 이제 용서를 구하고 새롭게 태어나 달라”고 촉구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여야 간 합의정치는 실종된 채 의사당 내 폭력사태가 반복되면서 ‘국회 혐오증’이 확산되고 있다. 의사당에서의 빈번한 폭력사태는 입법부에 대한 불신과 함께 ‘국회 무용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3, 4일 국회본청 폭력사태 이후 국회 홈페이지는 물론 각종 포털 사이트와 언론사 사이트에는 입법부를 비난하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이들 사이트에는 ‘경제는 개판인데 국회에는 개들만 득실거린다(ID magong)’ ‘국회의원만 자존심 있고 국민의 자존심은 생각 안하냐(나영주)’ ‘혈세로 산 집기들을 왜 집어던지느냐. 죽도록 패주고 싶다(오세원)’는 비난 글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또 ‘매번 속을 바엔 아예 국회 문을 닫아버리자(hwangsi)’나 ‘국회의원은 없어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 있으면 안 되는 존재(nawara)’라는 등 국회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글도 수백 건 올라와 있다.

한나라당에는 “믿고 찍어 준 우리가 죄인이다”라는 내용이 대부분이고, 민주당에는 “4년 내내 발목만 잡을 거냐”는 비난이 많았다.

국회의장실과 의원실에도 국회의 폭력사태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전화가 잇따랐다. 4일에는 한 시민이 국회의장실로 전화를 걸어 “국회를 폭파시켜 버리겠다”고 협박해 한때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경희대 임성호(정치외교학) 교수는 “집단주의적 획일성이 정당 정치를 지배하면서 정상적인 의사 진행이 안 되고 강행 처리와 폭력 저지가 반복되고 있다”며 “국회의원 개인의 의사결정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국회 문화가 바뀌어야 정치 혐오증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강대 이현우(정치외교학) 교수는 “3김(金) 시대 이후 정치권에서 강력한 리더십이 사라지면서 책임 있는 협상과 대화를 할 수 없게 된 것이 국회 파행의 원인”이라며 “강경파보다 온건파의 주장이 수용되는 정치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국민의 세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 동아닷컴 박태근, 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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