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닷새째 파행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7분


민주, 상임위 4곳 점거… 與의원 출입 막아 마찰

與“원내대표 만나자” 野“대통령부터 손 떼야”

한나라당은 22일 각 상임위원회에서 단독으로 개회 요구서를 제출하고 법률안 심사를 시도했지만 민주당은 상임위를 봉쇄했다. 국회는 18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이후 닷새째 파행을 거듭했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 정무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정보위 등 4개 상임위에서는 회의장을 점거한 민주당 의원들과 회의를 진행하려는 한나라당 의원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25일까지 야당과 대화’ 당론을 정한 한나라당은 물리력을 동원하진 않았다.

그 대신 25일까지 매일 오전 10시 각 상임위에서 전체회의 개회를 요구하고 야당을 설득하기로 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를 통해 민주당에 ‘3당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홍 원내대표는 “사과할 뜻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민주당의 협의처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25일 이후 법률안 강행처리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할 만큼 했다”는 명분 쌓기라는 관측이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 배후설을 주장하고 나섰다.

‘경제’를 앞세운 한나라당의 전략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여 여론전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정세균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 지도부는 청와대만 다녀오면 전투적이 되는데 배후에 이 대통령이 있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라며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는 데 전념하고 국회에서 확실히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원내대표단은 물론이고 개별 의원들의 한나라당 접촉을 일절 금한다”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법제사법위, 지식경제위, 교육과학기술위 등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한나라당이 법안 상정을 할 수 없는 상임위의 개회는 막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설전을 벌인 뒤 회의를 종료했다.

한편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날 김성호 국가정보원장과 1, 2, 3차장 등 국정원 간부들이 국회 정보위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국정원법 개정안 관련 문건을 들고 나가려다 국정원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박 의원은 “왜 국회에서 대책회의를 하느냐”라며 목소리를 높였으나 문건은 국정원 측에 돌려줬다.

이후 정보위 여야 간사는 국정원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에 대해 합의 정신을 존중해 처리키로 의견을 모았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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