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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3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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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6자회담 재개될 듯… 미신고 시설 검증 논란 예상
北 “핵시설 불능화 재개”… 김정일 軍시찰 사진 공개
한반도 안보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20년 9개월 만에 단행됐고 북-미는 그동안 난항을 겪었던 북한 핵시설 검증 방식에 합의했다. 북한은 와병설이 나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56일 만에 공개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11일 오전 11시(한국 시간 12일 0시)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일련의 검증 방법들에 동의했다”며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이 1987년 11월 대한항공(KAL)기 폭파사건을 일으키자 1988년 1월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리스트에 북한을 포함시켰다.
북-미의 핵검증 합의문에 따르면 북한이 신고한 시설(영변 핵시설)에 대한 전문가들의 방문 검증 및 핵물질 관련 시료(샘플) 채취가 가능하게 된다. 핵검증 방식의 주요 현안인 미신고 핵의혹 시설에 대해서는 ‘상호 동의’ 아래 검증이 이뤄지도록 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3일 방북 때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이 같은 ‘순차적 검증안’에 합의했으며, 최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조선중앙TV는 11일 오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군 제821부대 산하 여성포중대를 시찰하는 사진 11장을 공개했다.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사진을 공개한 것은 8월 16일 조선중앙통신이 그의 군부대 시찰 관련 사진을 내보낸 이후 처음이다.
지난 주말 이후 쏟아진 이 같은 뉴스들은 북-미 관계의 진전에 맞춰 한반도 안보환경에 의미 있는 변화가 올 것임을 예고한다.
북-미의 타협은 임기가 끝나가는 부시 행정부와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테러지원국이라는 낙인을 지우고 국제금융기구의 지원 등을 통해 경제회생을 모색해 볼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도 ‘행동 대 행동’ 원칙에서 영변 핵시설의 무력화(불능화)를 재개하며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 성원들의 임무 수행을 다시 허용하기로 했다”며 테러지원국 해제를 환영했다.
미국은 대신 북한의 비핵화 2단계 조치를 곧 마무리하고 비핵화 3단계(핵폐기)로 진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외교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미신고 시설에 대한 검증과 관련해 부시 대통령의 임기 만료를 앞둔 미국이 사실상 양보한 데 대해선 미국 내 일부 보수층과 일본이 반발하고 있다. 일본은 자국인 납북 문제의 해결을 테러지원국 해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왔다.
북-미의 핵 검증 합의에 따라 이달 중 북핵 6자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은 앞으로 핵협상 과정에서 추가 보상을 계속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궁극적인 핵폐기 단계까지 가는 데는 난관이 예상된다.
한편 북한이 뇌출혈로 쓰러졌다가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사진들을 공개한 것은 그가 여전히 권력을 장악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이들 사진이 언제 찍은 것인지가 확실치 않아 그의 건강이상설이 말끔히 가시지는 않은 상태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