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때 김정일은 얼굴 빨개지던 수줍은 소년”

  • 입력 2008년 8월 20일 02시 59분


‘러시아어 가정교사’ 김현식 교수 포린폴리시 기고

38년간 평양사범대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치다가 1992년 탈북한 김현식 미국 조지메이슨대 연구교수는 1959년 북한의 김정일(사진) 국방위원장과 사제지간으로 만났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어 가정교사이기도 했던 김 교수는 포린폴리시 9·10월호에 기고한 ‘김정일의 비사(秘史)’라는 글에서 “당시 17세이던 소년은 볼이 빨개진 채 수줍은 듯 선생님의 질문에 답하는 유순한 학생이었다”고 회고했다.

김 교수는 “당시 김 위원장은 러시아어 읽기나 쓰기 능력에 비해 회화실력은 좀 뒤처지는 편이었다”며 “이름과 날씨 등 일반적인 내용을 물어봤는데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화시험 내내 ‘위대한 지도자의 아들’이라는 점을 전혀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시험을 치렀으며 심지어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회화시험 당시 김 위원장의 답변이 지금도 생각난다”며 “그는 서툰 러시아어로 ‘나는 누구보다도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나는 운동보다는 영화가 더 좋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