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맞은 놈은 펴고 자도 때린 놈은 오그리고 잔다”

  • 입력 2008년 7월 18일 14시 03분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한 유시민 전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 기록물 사본을 반납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참 잘 하셨다”며 “맞은 놈은 펴고 자도 때린 놈은 오그리고 잔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17일 자신의 팬클럽 게시판에 ‘저 안 죽었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 같이 말한 것. 그는 “경상도에서 어머니들이 맞고 들어온 아이를 위로할 때 쓰는 말”이라고 설명도 덧붙였다.

유 전 의원은 또한 “오늘도 촛불집회는 못나간다”며 “참자. 참자. 참자. 참자. 또 참고, 또 또 참자. 그러고 있다”고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어디 멀리 귀양 온 조선시대 벼슬아치처럼 산다”며 “책은 잘 써지나 상황이 그래선지 자꾸만 문장이 과격해지는 중이라 잠깐 중지했다”고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같은 날 밤에는 ‘촛불도 나도 잠들지 못하는 밤’이라는 글을 올리고 지도자의 연민의 정(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강조하며 이명박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맹자의 사단론(四端論)을 인용하며 “24년 전 처음 맹자를 읽었을 때, 좋은 군주가 되는 길을 제시하는 말씀에서 가련한 모든 것에 대한 연민을 제일 먼저 말해 의아했다”며 “ 밤에 맹자를 다시 읽으며 내 좁았던 사유의 폭을 자책 한다”고 말했다.

사단론이란 측은지심을 비롯해, 부끄러워하는 마음(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하는 마음(사양지심·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시비지심·是非之心)을 말한다.

유 전 의원은 이어 “지도자가 사단론 중 하나도 온전히 지니지 못했다면, 그 나라는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일까”라며 “오늘 밤도 광장의 촛불은 잠들지 못하고, 아파트 숲 속에 유배당한 나도 잠들지 못 한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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