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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9일 0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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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쇠고기 협상의 한국 측 수석대표였던 민동석(사진)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차관보)이 사표를 냈다.
민 정책관은 “7일 개각 발표 직전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에게 사직원을 제출했다”고 8일 밝혔다.
민 정책관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쇠고기 협상 파문으로 장관이 물러나는데 협상 대표가 자리를 지킬 수 없어 사직을 결정했다”며 “공직생활을 마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 전 외교통상부 복귀 문제가 구체적으로 거론돼 쇠고기 협상을 피할 수도 있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란 생각에 돌을 맞겠다는 각오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민 정책관은 농식품부 전 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와 농식품부 가족들은 피를 말리는 협상을 마친 뒤 갑자기 닥쳐 온 정치적 광란의 파도에 휩쓸리게 됐다”며 “괴담(怪談)과 선전, 선동의 거대한 물결을 온몸으로 거슬러 나갔으나 귀를 막은 사람들에게는 소용이 없었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는 또 일각의 ‘불평등 협상’ 비난을 의식한 듯 “국제협상이라는 것은 항상 상대방이 있고, 내 입장만 강조할 수 없는 상대성논리가 지배하는 세계”라면서 “국제적 기준을 토대로 협상 지침을 만들고, 그 속에서 국익을 놓고 처절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것이 협상”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다만 돌이켜 보면 국제적, 과학적 기준을 근거로 협상했다고 해도 국민에게 변화된 정부 정책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잘못을 부인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민 정책관은 외무고시 13회에 합격한 뒤 외무부 및 외교통상부에서 통상기구과장과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협상 수석대표, 주휴스턴 총영사 등을 지냈다. 2006년 5월 개방직인 농식품부(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으로 자리를 옮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농업분야 고위급 협상 대표와 한미 쇠고기 협상 수석대표 등을 맡았다. 민 정책관의 공식 임기는 내년 말까지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