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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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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내 친이명박 대통령 세력이 당 지도부 구성 문제를 놓고 2차 권력분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총선 공천 당시 이재오 전 최고위원 측과 정두언 의원 측이 힘을 모아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불출마를 요구한 것에 이은 제2탄 성격이다.
양측 간의 파워게임은 이 전 최고위원이 총선 낙선 후 지리산에 들어갔다가 귀경한 직후 이상득 부의장과 청와대 일각이 구상하던 ‘김형오 또는 박희태 당 대표-홍준표 원내대표’ 카드에 ‘안상수 당 대표-정의화 원내대표’ 카드로 도전장을 내밀면서 본격화하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이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만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것을 놓고도 양측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의 한 측근 의원은 16일 “이 부의장 측이 회동 사실을 언론에 흘리며 ‘이 전 최고위원이 정치특보를 시켜달라고 했다’는 소설까지 덧붙인 의혹이 있다”고 했지만, 이 부의장 측은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 얘기들이 막 나오는 시점에 마침 내가 돌아오니까 나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이다. 누군가 희생을 시켜야 되니까”라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 이외에도 당사자인 안상수 원내대표를 설득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 측에서는 안 원내대표와 공성진 의원이 동반 출마해 두 석의 최고위원 자리를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다만 정두언 의원도 최고위원 출마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져 추가적인 조율의 여지는 남아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최근 안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당 대표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이 맡는 게 좋다는 말이 당내에 많다”며 사실상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내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최고위원을 만나진 않았고 전화로 권유를 받았다”며 “국회의장직에 도전할 의사가 있지만 수도권 의원들이 ‘새 시대에 맞는 사람이 당 대표가 돼야 하고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희생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해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회의장직 도전 의사를 밝힌) 김형오 의원과도 이 문제를 조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끈질긴 설득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장직을 고집하고 있는 김형오 의원 측은 “단 한 번도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전 최고위원 측은 6월 22일 결정되는 새 원내대표에도 이 부의장 측이 꼽고 있는 홍준표 의원 대신 정의화 의원을 밀고 있다. 한때 출마 포기를 검토했던 정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 측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현재 18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상대로 표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이 전 최고위원은 미국 연수를 위해 26일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을 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측근은 “예약은 했지만 17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6월 초에 떠날 수도 있다”며 “미국 현지에 집과 사무실은 이미 구했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