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내우외환…밤잠 설치는 이대통령

  • 입력 2008년 5월 6일 19시 19분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밤잠을 설친다고 한다.

세계경제의 어려움 속에 쇠고기 수입 재개에 대한 반대여론까지 확산되고 있지만 대통령 주변에는 대통령을 위해 일할 '해결사'나 '조율사'가 없기 때문이다.

▽깊어가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이 대통령이 6일 서울디지털 포럼 개막식에서 연설할 사전 원고에는 "저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매우 어렵고, 국내 경제도 어려움 속에 있다"고 적혀 있었다. 실제 행사에서는 "밤잠을 설치고 있다"는 대목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의 최근 심경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세계경제 악화와 쇠고기 재수입과 관련한 광우병 괴담 확산 등 외환(外患)이 깊어지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내우(內憂)'마저 이 대통령을 괴롭히고 있다.

출범 초기부터 불거진 인사파동은 2달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박미석 전 대통령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이 배우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 논란으로 중도하차했고 다른 수석비서관들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인사파동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주변에는 자신을 위해 일할 뿐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親朴·친 박근혜) 세력들은 이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지만, 누구하나 나서 관계를 풀 사람이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친박세력과의 채널이 단절된 지 오래" 라고 털어놨다.

청와대 또 다른 관계자는 "책임져야 할 사안이 발생하면 청와대 내부는 '폭탄돌리기' 게임에 들어간다.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누군가 희생양을 만들려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외로운 명박 씨'=류우익 대통령실장은 최근 공무원 대상 워크숍에서 "이 대통령이 퇴근했다가 밤늦게 다시 집무실에 혼자 나와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매일 아침 출근에 앞서 거울을 보며 "오늘은 어제와 또 어떻게 달라지겠느냐"며 스스로를 채찍질 하면서도, 청와대 참모진이나 공무원들이 일하는 게 쉽게 성에 안 찰 때는 화를 내기보다는 조용히 핵심만 찌른다고 한다.

지난 주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한 부처의 장관이 장관으로서 엉뚱한 얘기를 하자 이 대통령은 "지금 부처 장관 자격이 아니라 국무위원 자격으로 말씀하신 거지요"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주 열린 국가경쟁력강화회의에서는 한 장관을 지목하며 "전에 보고했던 것에 대한 결과를 보고하지 않았네요"라고 말했다는 것.

또 다른 회의에서는 '대통령의 현장 확인 및 보고'에 대해 참석자들이 "교통이나 경호에 어려움이 있다"며 자제를 요청하자 이 대통령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느냐. 교통 경호 문제는 그 나름대로 개선해가면 되지 않느냐"고 질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장점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상황이 어렵다 해서 옳다고 생각한 것을 포기하거나 양보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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