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공천 수사’ 검찰 부글부글

  • 입력 2008년 5월 4일 19시 58분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 양정례(31·여) 당선자의 어머니 김순애(58) 씨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기각하자 검찰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검사들은 "공천을 대가로 제공된 검은 돈에 법원이 '면죄부'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영장 기각 자체도 문제지만 사유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김 씨가 당에 낸 거액의 돈이 공천과는 관련 없는, 합법적인 자금인 듯한 인상을 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검찰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판사의 논리대로라면 100억 원이든 200억 원이든 당 공식 계좌에 실명으로 입금하기만 하면 돈의 성격이 어떻든 문제가 없다는 것 아니냐. 이런 논리는 2월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서는 누구도 금품을 주고받을 수 없도록 한 입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누가 봐도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 당 공식계좌로 거액을 입금하고 공천을 받아도 아무 문제없다고 할 수 있느냐. 이런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도덕적 비난만 감수하면 누구라도 돈을 내고 공천 받으려 할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법원은 2일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친박연대의 당헌 당규상 당비와 관련한 제한 규정이 없고 당비의 상한 금액에 대한 법률상 제한 규정도 없다. 김 씨가 당 공식계좌에 돈을 보낸 것 외에는 공천과 관련해 금품을 줬다고 볼 자료가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부분이 논란이 되자 법원은 "영장기각 사유는 '증거인멸 및 도망의 우려가 없다'는 것이고 이런 판단의 근거로 김 씨가 당 공식계좌에 실명으로 입금했다는 사정을 덧붙여 설명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수사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점도 검찰로서는 큰 불만이다.

그동안에도 소환 대상자가 '표적 수사'라고 주장하며 소환에 제때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영장 기각으로 소환을 거부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실제 영장 기각 후 소환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돌아선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로부터 "5일까지 나와 달라"는 요청을 받은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는 7일 경 검찰에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 대표에 대한 조사를 포함해 보강 수사를 한 뒤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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