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시간 더 끌면 여권 전체 타격” 불끄기

  • 입력 2008년 4월 28일 02시 59분


■ 박미석 수석 사의 표명

청와대발(發) 재산 논란의 핵이었던 박미석 대통령사회정책수석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하자 정치권은 새 정부 청와대 고위 인사의 첫 낙마가 몰고 올 정치적 파장을 가늠하느라 주판알을 바삐 움직였다.

특히 총선 후 처음 소집된 4월 임시국회에서 이 사건이 새 정부의 각종 경제살리기 관련 입법 쟁점을 놓고 벌어질 여야 간 기 싸움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가 큰 관심사인 듯했다.

○ 청와대, “박 수석비서관으로 마무리됐으면…”

청와대는 박 수석비서관 등의 투기 의혹이 제기됐을 때 “정상적 국정 운영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박 수석비서관의 사의 표명으로 상황이 여기서 그치기를 바라고 있다.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장관도 아닌 대통령 참모인 만큼 여론의 비판을 이 정도 선에서 수용하면 이제 가라앉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박 수석비서관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국민 정서를 생각할 때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며 “이제 재산 공개에 따른 파문이 종결되고 청와대가 정상적인 국정 운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무엇보다 과반 의석을 얻은 총선 결과에 미국 일본 순방 결과 등으로 새 정부 출범 후 사실상 처음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상황에서 재산 논란이 장기화되면 국정 드라이브를 위한 시동을 제대로 걸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박 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하는 대로 즉시 후임 인선에 착수하는 등 재산 공개 파동을 마무리 짓는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정책 전문가인 박재완 정무수석비서관의 이동설을 제기하고 있지만 새 인물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재완 수석비서관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한 데다 청와대 정무 기능을 둘러싼 논란은 현 체제를 전제로 한 ‘보강론’으로 굳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선을 위한 검증을 해야 하는 청와대 내 민정 라인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후속 인선에는 시간이 걸려 당분간 공석으로 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한나라당, “늦었지만 다행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박 수석비서관의 사의 표명 소식을 접하며 “4월 임시국회가 걱정스러웠는데, 다행스럽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땅 투기 의혹에 이어 해명 과정에서 거짓말 논란이 일어 여권 전반에 대한 민심 이반을 목전에 두고 있었지만, 여당이 청와대 참모 인선 문제까지 왈가왈부하기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사권자의 부담을 덜어준 용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핵심 당직자도 “끝까지 버텼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민생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4월 국회 일정에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며 안도했다.

실제로 한나라당 내에서도 박 수석비서관 문제를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민심 악화로 여권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한나라당은 2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수석비서관을 포함한 대통령수석비서관 재산 문제를 논의한 뒤 공식 견해를 정리할 예정이다.

○ 통합민주당, “청와대 책임론은 이제부터 시작”

민주당은 박 수석비서관의 사의 표명을 각종 인선 난맥상에 대한 청와대 책임론의 일단락이 아닌 제2라운드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차영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박 수석비서관이 재산 논란이 불거진 뒤 4일 만에 사의를 표명한 것은 비록 늦었지만 국가 기강 확립을 위해 꼭 필요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차 대변인은 이어 “검증을 맡았던 청와대 내 민정수석 라인 및 기타 실정법 위반 의혹이 있는 다른 수석비서관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공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박 수석비서관 외에 김병국 외교안보수석비서관, 곽승준 국정기획수석비서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등도 재산 논란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목해왔다. 차 대변인은 ‘다른 수석들도 사임하는 형식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사임 이외에도 대통령의 공개 경고 등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며 향후 여권의 행보에 따라 공세 수위를 조절할 수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인사 검증을 맡았던 민정수석비서관실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청와대 민정 라인이 기본적인 검증 의무를 게을리한 것은 물론 불법, 탈법을 저지른 사람을 비호하는 데 급급한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자유선진당 박현하 부대변인은 “문제가 된 나머지 수석들도 차제에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대통령은 이들이 사표를 제출하기에 앞서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사퇴시키는 것이 옳다”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나머지 문제가 제기된 수석들도 거취를 정리하는 것이 혼란을 막고 정국 운영을 순탄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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