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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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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22일 한나라당 18대 국회의원 당선자 부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오후 6시부터 9시 20분까지 3시간 넘게 진행된 만찬에는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 부부와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각 수석 등 15명이, 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 등 5명을 제외한 148명의 당선자와 배우자들이 참석했다. 박 전 대표를 제외한 친박근혜계 당선자도 거의 다 참석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 전례가 없었던 승리였으며, 국민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줬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미 결과에 대해 “막상 (미국에) 가 보니까 한미관계 곳곳에 많은 불신이 있었다. 부시 미 대통령이 솔직하게 우리 얘기 하는 것을 보고 이토록 불신이 있었나 싶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에 얼떨결에 갔지만 도착한 시간부터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며 “(이번 방미로) 많은 불신이 해소됐고, 양국 간 불신이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일본 방문에 대해서는 “일본과 우리는 겉으론 비슷하지만 경제규모와 기술에 있어 많은 차이가 있다. 그래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일대일 조건으로 하자는 것은 불균형이기 때문에 일본 측에 많이 양보하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당내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대통령이 된 이상 (국내에는) 경쟁자가 없다. 민주당의 누구도 아니고, 어느 당에도 경쟁자가 없다. 경쟁자가 있다면 여러 나라 지도자들이다”라며 한나라당 내에 더는 계보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아나운서 출신인 유정현 당선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모임에서 이 대통령에 앞서 인사말을 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당선인 여러분이 오셨는데 제가 왜 왔는지 모르겠다. 이거야말로 꼽사리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대통령은 당선자 내외에게 일일이 찾아가 축하인사를 건네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최측근인 유승민 의원에게 “여기는 잘 살아왔지”라고 말했고, 구상찬 당선자에게는 “신기남 의원에게 잘 이겼다”고 축하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백성운 당선자에게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박빙의 승부를 펼친 것을 염두에 둔 듯 “죽다 살아났지”라고 농담을 건넸고, 원유철 당선자에게는 “당신은 죽는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 강 대표는 만찬 도중 김효재 당선자가 만들어준 소주 폭탄주로 ‘러브샷 건배’를 했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홍준표 의원 등 20여 명의 당선자가 대통령과 강 대표, 전재희, 정몽준 최고위원, 강명순 비례대표 1번 당선자 부부가 앉은 헤드테이블로 와 이 대통령에게 계속 술을 권했다. 이에 강 대표는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 때는 이렇게 (대통령에게) 술을 권하는 건 상상도 못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말미에 “정말 열심히 일하는 정부에 지원할 것은 지원하지만, 비판할 것은 비판하자”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