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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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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례 제안 모두 거부… 현재 판문점서 연락
정부는 1990년 이후 꾸준하게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방안을 북측에 제기했지만 북한은 번번이 반대 의사를 밝혀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북한이 조만간 화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나온 이번 제의의 상징적인 의미는 북측에 충분히 전달됐으며 현재의 비효율적인 소통 구조는 언젠가는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1990년 제1차 고위급 회담 이후 모두 6차례에 걸쳐 서울과 평양에 고위급 인사를 교차 주둔시키는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의했지만 북측은 번번이 거부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자신들의 안보에 가장 위협이 되는 나라의 고위 관리를 평양에 상주시킨다는 것을 인민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데다가 북한 내부 정보가 평양 주재 한국 연락사무소 직원들을 통해 유출되는 것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북 ‘햇볕정책’을 실행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제의도 거절한 북한이므로 이명박 새 정부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는 많다.
우선 북측도 남측 새 정부와의 관계 정립을 위한 ‘남북관계 조정 기간’을 거치고 있는 만큼 당장 화답하기 어렵다.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자가 1만 명을 넘은 상황에 자신들의 고위 관리들을 서울에 주재시키기도 어렵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실현 여부를 떠나 이 대통령은 한국의 새 정부가 남북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했으며 북한도 그 뜻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1992년 이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위아래에 있는 판문각(북측)과 자유의 집(남측)에 당국자들을 두고 전화 등으로 의사를 전달해 왔다. 대한적십자사는 1972년부터 판문점에 별도의 직원을 두고 북한적십자사와 연락을 취해 왔다.
남북 당국은 또 2005년 개성공단에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를 설치해 초보적인 단계의 대표부로 활용해 왔다.
그나마 북한은 지난달 27일 경협사무소에 있던 남측 당국자 11명을 사실상 강제로 추방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동서독 ‘상주대표부’ 통해 공동행사 개최
美-中 연락사무소 6년간 둔 뒤 국교수립▼
과거 분단국이나 적대적 관계에 있던 나라들은 국교 정상화 등 관계 개선을 위한 초기 조치로 연락사무소 설치를 활용해 왔다.
서독과 동독은 1972년 12월 기본조약 제8조에서 ‘상주대표부’ 설치에 합의했다. 양국은 1974년 3월 상주대표부 설치에 관한 의정서를 주고받았으며 같은 해 6월 상대국 대표에 대해 신임장을 제정했다.
동독에 상주한 서독 대표부는 △동독 내 상황 분석 및 보고 △동독 내 서독 주민들에 대한 편의 제공 △동독과의 대화 통로 유지 △각종 공동 행사 개최 및 후원 등의 역할을 통해 양국 관계 증진에 기여했다.
미국도 적대국이던 중국과 베트남, 리비아와 연락사무소를 설치해 상호 관계를 점진적으로 개선한 뒤 정식 국교를 수립했다. 미국은 중국과 1973년 5월 연락사무소를 개설해 6년 뒤인 1979년 1월 국교를 수립했다. 미국과 베트남은 1995년 1월, 미국과 리비아는 2004년 6월 각각 연락사무소를 개설했으며 각각 1995년 7월과 2006년 6월 국교를 수립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