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3월 24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23일 당내 공천 후유증이 극으로 치닫는 시점에서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4월 총선 불출마’라는 강수를 뒀다.
당이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상황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전격적인 승부수였다.
강 대표의 결단은 이날 박근혜 전 대표가 “공천에 속았다”며 강 대표 책임론을 제기한 데 대한 반격이었다.
강 대표는 “이번 공천은 다소 거칠어 보이기는 해도 국민 눈높이에 맞춘 것”이라며 “독자기구의 결정에 대해 그렇게 원칙을 강조하는 분들이 비난하지 말라. 더는 시비하지 말라”고 평소 ‘원칙’을 강조해온 박 전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또 강 대표가 “더는 ‘친박’ ‘친MB’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내가 누구를 밀었기 때문에 무조건 희생되었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친박연대’가 정당인가. 나훈아 따라 한 ‘너훈아파’ 아니냐”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 대표는 ‘불출마 선언이 박 전 대표의 지도부 책임 요구에 따른 것이냐’는 질문에 “공천이 잘못돼서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게 아니다. 당 대표로서 당을 화합 단결시키는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하는 일이지 책임과 관계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기자회견에 이어 간담회를 열던 도중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전화를 받고 “당이 총선 스타트하는데 시끄러워서 제가 (희생)하겠다. 당이 어수선한 게 대표 책임이니 맡겨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통화에서 “점심 주례회동 때 (불출마 문제를) 얘기하자. 공심위에서 결정한 건데 왜 대표가 혼자 책임지느냐”라고 말했다고 강 대표는 전했다.
강 대표는 또 총선 결과 한나라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총선 후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수도권 중심의 총선 출마자들이 이상득 국회부의장에게 총선 불출마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이 부의장이 먼저 국회의원을 했지, 대통령이 시켜준 게 아니다. 이 부의장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으로 역차별이다”라며 반대했다.
당내에서는 강 대표가 일단 공천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해 살신성인(殺身成仁)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총선 후 있을 재보궐선거에서 배려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강 대표의 불출마 선언이 자신의 희망대로 공천 분란과 계파 갈등을 일거에 잠재우고 당을 총선 총력 모드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