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委 기능 표류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 입력 2008년 3월 5일 02시 58분


이명박 정부가 새로 만든 금융위원회가 시작부터 표류하고 있다. 위원장 유임 여부도 미정이고 주요 보직은 공석이다. 직원 수는 옛 금융감독위원회의 80명에서 210명으로 부쩍 늘어났지만 사무실이 없어 ‘두 집 살림’을 한다. 앞으로 2주간 주요 회의조차 열지 못할 판이다.

옛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국 일부 간부가 서울 여의도의 금감위 사무실에 임시로 자리를 잡았지만 정책방향 설정 같은 업무 수행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분초(分秒)를 쪼개 쓰는 거대 국제금융자본과 국제금융시장을 상대로 하는 금융위가 겉돌며 사실상 휴업을 하고 있어도 괜찮다면 금융위는 존재 이유가 희미해진다.

금융위가 가장 심한 편이지만 정부 전체도 행정 공백이 우려될 정도로 혼란스럽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장관 임명이 언제까지 미루어질지 알 수 없다. 장관 후보자 인선에 문제가 많기 때문에 ‘정부 출범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야당만 나무랄 수도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위원장 교체 여부가 불투명해 과(課)단위 직제개편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사무실 이전과 직제 확정까지 2주일은 더 걸릴 것 같다. 기획재정부 농림수산식품부도 두 집 살림을 하고 있고, 대다수 부처는 사무실 이전 날짜도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노 홀리데이(no holiday)’를 외치며 쉬지 않고 일하는 양 자랑했다. 그런데 새 정부가 제때 출범하지 못하고 인사와 조직, 사무실조차 정리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인수위 사람들이 무얼 위해 그리도 바빴는지 새삼 궁금해진다. 설익은 정책구상 발표로 논란만 빚었지, 실질적인 정부 출범 준비를 내실 있게 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조직 개편, 총리와 국무위원 및 대통령수석비서관 인선에서부터 삐걱거렸고, 일부 부처와 금융위는 열흘이 다 돼 가도록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행정 불안정이 다 야당 책임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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