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필, 평양공연 마치고 서울로

  • 입력 2008년 2월 28일 02시 55분


페리 前국방“북핵대치 해결에 도움 기대”

라이스 국무“北 본질 변화까진 머나먼 길”

양국 교향악단 첫 ‘하모니’

김정일 깜짝 방문은 불발

北 “美서 초청땐 답방공연”

美 “관계진전은 核에 달려”

미국 교향악단으로는 처음으로 26일 북한 공연을 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27일 오전 평양 모란봉극장에서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 단원들과 실내악 협연을 했다. 북한 측은 북한 교향악단의 미국 답방 공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북-미 협연단’의 첫 연주=뉴욕 필과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 현악 단원 4명씩으로 구성된 8명의 ‘북-미 협연단’은 27일 오전 9시 반부터 모란봉극장에서 실내악 협연을 했다. 미국과 북한의 연주가들이 협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나라 음악가들은 미리 합동연습도 하지 않은 채 즉석에서 멘델스존의 현악 8중주를 협연했다. 협연단은 이어 방글라데시계 미국 초등학생인 세라 타스밀라(12) 양이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작곡한 ‘고요함(Serenity)’을 연주했다.

‘고요함’은 뉴욕 필 콘트라베이스 단원인 존 디크 씨로부터 음악 레슨을 받는 타스밀라 양이 디크 씨가 북한을 방문한다는 말을 듣고 북한 어린이들에게 선사해 달라며 쓴 곡.

오전 11시부터는 뉴욕 필 음악감독 로린 마젤 씨가 모란봉극장에서 조선 국립교향악단의 리허설(연습)을 직접 진행했다.

마젤 씨는 때로 손짓과 허밍 등으로 완벽히 원하는 바를 전달해 ‘음악은 언어를 넘어서는 언어’라는 말을 실감하게 했다.

북한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취재진은 이날 오후 2시 2분경 아시아나항공 특별기편으로 평양을 출발해 오후 3시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페리 “양국을 정점으로 밀어 올려”=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26일 뉴욕 필 평양 공연을 관람한 뒤 기자들에게 “공연이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대치 상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공연이 우리(북-미 양국)를 정점으로 밀어 올릴지 모른다”고 밝혔다.

한편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성급한 해빙 기대를 경계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 장관은 26일 “뉴욕 필의 공연으로 북한 정치의 본질이 바뀌기까지는 길이 멀겠지만 문화교류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도 “뉴욕 필의 평양 공연은 민간 차원의 문화교류”라며 “북-미 간의 관계 발전은 핵문제의 진전과 깊이 연계돼 있다”고 강조했다.

▽“공식 초청하면 미국서 연주”=강능수 북한 문화상은 미국이 정식 초청할 경우 북한 오케스트라의 답방 공연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26일 뉴욕 필 공연 후 가진 인터뷰에서 밝혔다. 강 문화상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공연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이 혁명지도에 매우 바쁘다”고 말했다.

외신종합

평양=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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