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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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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국정원 관여 진술 확보”=검찰은 최근 로스앤젤레스 연방교도소에서 김 씨와 1년 동안 수감 생활을 같이했던 신모(수감 중) 씨를 여러 차례 불러 조사했다.
신 씨는 미국에서 수감 중이던 지난해 8월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서 김 씨와의 관계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서로 대화하는 처지’라고 썼다.
따라서 대선을 앞두고 김 씨가 갑자기 인신보호청원 항소심을 취하하고, 국내로 송환된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판단한 검찰로서는 신 씨가 김 씨의 당시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 씨는 검찰에서 “김 씨가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신 씨와 신 씨 측 인사 등을 이미 몇 차례 소환해 이 말의 진위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신 씨와 가까운 한 인사에게서 “(김 씨가 도움을 받았다고 주장한) 국정원 직원의 후임이 김 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 씨를 접촉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씨와 가까운 한 인사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에게 “(당시 수감 중이던) 김 씨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면 누군가 접촉한 것이 사실일 것이다”고 주장했다.
신 씨는 또 지난해 11월 자신이 국내로 송환되기 직전 김 씨에게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라는 것을 입증할 이면계약서를 내가 갖고 있다고 폭로하면 거액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 씨는 김 씨의 이 같은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김 씨가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 관련 의혹을 폭로한 것뿐만 아니라 교도소 동료에게까지 폭로 대가로 금품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는 주장이 나올 만큼 이 후보를 끈질기게 공격하려고 했던 이유는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자체 조사 결과 (국정원 관계자들은) 개입하지 않았다”라고 거듭 반박했다.
▽검찰, 접견 기록 분석에 초점=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14일 김 씨의 기획 입국 배후에 국정원 직원 등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검찰은 김 씨의 횡령과 주가 조작 등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김 씨의 입국 배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김 씨가 묵비권을 행사하고, 출석을 거부하는 바람에 검찰은 지금까지 간접적인 방법으로 김 씨 입국 배후 수사를 광범위하게 해왔다.
직접 조사가 힘든 만큼 김 씨가 국내로 송환되기 전 그를 접촉한 인사의 명단이 적힌 접견 기록을 입수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따라서 대통령 취임식 직후 미국 측에서 김 씨의 연방교도소 접견 기록을 건네받은 검찰로서는 그의 입국 배후를 밝힐 중요한 단서를 확보한 것이다.
검찰은 앞으로 접견 기록의 내용을 토대로 김 씨를 강도 높게 추궁할 방침이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접견 기록만으로는 기획 입국 의혹의 배후를 명쾌하게 밝히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구슬을 꿰는 것은 결국 김 씨의 입”이라고 말했다.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다고 하더라도 김 씨가 자신의 입국 과정에 누가 관여했으며, 누구에게 부탁을 받았는지 털어놓지 않으면 수사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벽에 부닥칠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자신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제3자나 변호인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김 씨의 입국을 ‘기획’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