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되니 좋은데 총선 역풍이 걱정”

  • 입력 2008년 2월 26일 03시 01분


국무위원 내정자들 취임식 참석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 등 주요 국무위원 내정자들이 25일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연설을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전영한 기자
국무위원 내정자들 취임식 참석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 등 주요 국무위원 내정자들이 25일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연설을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전영한 기자
한나라 의원들 “10년 한 풀었다” 감개무량

장관후보자들 각종 의혹엔 민심 이반 우려

“그간 전혀 연락이 없던 사람들의 전화가 쏟아진다. 여당이 좋긴 좋은가 보다. 그런데 당장 장관 후보자들 문제로 총선이 걱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25일 한나라당의 한 사무처 당직자의 소감에는 10년 만에 야당에서 여당의 지위로 바뀐 기쁨과 불과 한 달 반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대한 불안감이 동시에 묻어났다.

특히 10년 야당의 설움을 가장 크게 맛본 사무처 당직자들은 “눈물이 난다. 대선에서 두 번 계속 지면서 인력 구조조정이 많이 됐고 자발적으로 떠난 사람도 많은데 이제는 기 좀 펴고 살아도 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역사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을 보면서 무한한 감동을 받았다”며 “정치에 입문한 뒤 2년간 여당을 하고 그 후 10년간 야당을 했는데 너무나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4월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갑에 도전장을 낸 전여옥 의원은 “좌파정권 10년 만에 들어선 이명박 정부의 어깨가 너무 무거울 것이다. 취임식장에서 터져 나온 환호와 박수는 ‘정말 못살겠다. 잘 먹고 잘 살게 해 달라’는 애타는 아우성이자 SOS”라며 “이 대통령이 사심 없이 국민만 바라보고 열심히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보좌관과 당직자들은 청와대로 가지 못한 것에 대한 섭섭함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모 보좌관은 “실세 의원들의 보좌관이나 가까운 지인 중 상당수가 청와대로 들어갔지만 로비를 하지 않고 조용히 있거나 의원들이 별도로 챙기지 않은 사람은 대부분 의원회관이나 당에 남았다”고 말했다.

현역 의원들은 4월 9일 총선을 더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최근 일부 대통령수석비서관 내정자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잇따라 터져 나오는 땅 투기 의혹 등으로 비판적 여론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통합민주당이 남주홍 통일부,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까지 거부키로 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걱정이다. 지역구를 돌아다녀 보면 ‘어떻게 뽑아도 그런 사람만 골라 뽑느냐’며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면서 “이 국면이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총선에 큰 지장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총리 인준과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 빨간불이 켜지자 예정에 없던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만약 한승수 총리 후보자가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준 동의를 받지 못하면 대통령에게 국무위원 제청을 할 사람이 없게 되고, 새 총리를 찾아 또다시 청문회를 하려면 최대 20일 정도의 국정 공백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경원 대변인은 “한 총리 후보자는 이미 청문회에서 충분히 검증이 이뤄졌고 결정적 흠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건전한 비판세력으로서 협조할 것에는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를 20분간 만난 뒤 “국무총리는 인준이 안 되면 국정 공백이 너무 크니까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장관 후보자도 탈법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 엄중 처리할 테니 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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